영상언어의 기본 - 숏(shot) 들여다보기
영상언어의 기본 - 숏(shot) 들여다보기
  • 허인 / 영화감독
  • 승인 2008.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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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길이의 숏으로 감정 입입을 의도한 <봄날은 간다>의 한 장면.
영화는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예술분야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브라운관에서, 최근에는 휴대동영상 기기로도 접할 수 있을 만큼 다가가기 쉬울 뿐더러 감상에 있어서 많은 사전지식을 요구하지 않는 장르다. 우리가 영화를 감상할 때는 대부분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구조를 따라가게 된다.

영화를 보고난 뒤의 대부분의 감상도 ‘재미있다’나 ‘재미없다’로 간단히 끝나게 된다. 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는 단순히 이야기가 재미있고 배우가 멋있는 것 이상으로 영화의 제작 과정에 숏의 연출이 개입되면서 시각적인 다채로움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다. 영화의 문법이나 영상언어를 이해하게 되면 영화를 감상함에 있어서 이야기가 가져다주는 재미 이상의 흥미로운 부분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영상언어 분석의 기본은 숏이다. 영화는 사각의 틀에 대상의 움직임을 담아내면서 미학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 대상을 얼마만큼, 어떤 높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찍느냐에 따라서 같은 피사체도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숏은 촬영된 하나의 연속적인 화면단위로서 보통 장편영화는 대략 900개의 숏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영화에 따라서 하나의 숏으로만 이루어진 영화도 있고, 몇 천개의 숏으로 이루어진 영화도 있다.

<세븐 데이즈>와 같이 짧은 길이의 숏으로 리듬과 템포를 만들어내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봄날은 간다>와 같이 긴 길이의 숏으로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기다리는 영화도 있다. 숏의 길이는 영화의 호흡을 좌우하므로 대상을 어느 정도의 길이로 찍느냐에 따라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느끼는 감상이 다르다. 하지만 영화를 보게 될 때 숏을 구분하면서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영화는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일관성 있게 숏을 촬영하고 편집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숏의 단위로 보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주의력이 조금 더 요구된다.

숏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영화를 촬영할 때는 인물, 혹은 대상을 얼마나 보여줄 것인가 그 정보의 양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는 영화 전체의 흐름, 혹은 인물의 심리나 사건의 진행에 적절해야 한다. 숏은 크기와 앵글, 움직임에 따라서 분류가 된다.
배우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여주는 풀숏(full shot)으로 보여줄 때와 얼굴만 보여주는 클로즈업(close up)으로 보여줄 때를 비교해 본다면 관객이 느끼는 배우의 감정에 대한 친밀도는 클로즈업에서 더 높아진다. 대부분의 숏은 배우의 눈높이에 맞춰서 촬영을 한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서 눈높이보다 아래서 올려 찍거나 반대로 위에서 내려 찍는 경우가 있다. 전자는 로우앵글(low angle), 후자는 하이앵글(high angle)이라고 하는데, 이는 피사체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 무기력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같은 대상이라도 어떤 높이에서 찍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줄 수가 있다. 혹은 카메라를 기울여 찍음으로써 화면에 불안감과 불균형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또한 카메라를 고정할 것인가, 움직일 것인가 하는 숏의 결정도 영화의 리듬감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배우의 연기나 동선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싶은 경우에는 카메라를 고정해서 안정적인 구도를 유지하는 반면, 빠른 호흡의 액션씬이라면 카메라의 움직임이 많아지는 것이 역동적인 씬을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에는 영화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흥미로운 카메라의 움직임이 더 많아지고 있다. 스테디캠이나 테크노크레인 등의 영상장비의 출현으로 인한 다이나믹하면서도 매끄러운 카메라의 움직임은 영화언어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CG의 발전 또한 숏의 범위를 넓혀주고 있다. 물리적으로 촬영장에서 힘든 숏은 CG를 통해서 더 확장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데이빗 핀처의 <패닉룸>에서 구사하는 롱테이크는 실제로 촬영한 부분에 CG를 더해서 마치 하나의 숏으로 이어지는 것 같이 보이게 한다.

숏은 단지 영화의 리듬과 템포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배우의 연기와 감정선을 형성하는데도 연관을 가지고 있다. 배우의 연기를 최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숏은 때에 따라서 과감한 클로즈업을 사용하기도 하고, 배우의 미숙한 연기를 덮어주기 위해서 멀리 떨어져서 뒷모습의 여운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를 감상할 때, 이야기의 흐름에 더해서 숏의 사용에 대해서 주의 깊게 본다면 영화를 만든 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재미가 더해지게 될 것이다. 평소에 재미있게 봤던 영화의 일부를 다시 보면서 숏을 분석해보고 카메라를 들고 직접 촬영을 해보는 것도 적극적인 영화감상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누벨바그의 대표적인 감독 프랑소와 트뤼포의 말을 인용하면서 끝을 맺는다.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단계는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영화에 관한 평을 쓰는 것이고, 세 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 이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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