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을 졸업하는 학생들을 보내며
포스텍을 졸업하는 학생들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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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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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의 한 해의 마감은 학생들의 졸업과 함께일 것이다. 차가운 바람을 헤치고 조용하던 겨울방학을 깨우는 것이 바로 ‘졸업’이다. 졸업식이라는 것이 대학에 있는 교수나 직원들에게는 매년 있는 행사의 하나에 불과할지 몰라도, 어떤 의미에서는 대학의 가장 중요한 행사가 아닐까 싶다. 그 중에서도 졸업을 맞이하는 학생과 그 학부모에게 졸업의 의미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졸업이란 학부생들에게는 지난 4년의 과정을 마감하는 것이고, 대학원생들에게는 석사과정에서의 2년 혹은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걸린 수년간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이들 모두가 다시 새로운 인생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마다 졸업식을 맞이하면서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새로운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졸업생들의 장래를 통하여 포스텍이 수행하였던 수많은 일들에 대해 궁극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졸업생들은 처음에 이곳 포스텍을 왜 선택하였고, 이곳에서의 그들의 생활은 어떠했으며, 이곳을 떠나면서 그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졸업생들이 이곳 포스텍에서 보낸 각자의 시간이 그의 인생에 어떠한 가치로 자리매김할 것인지, 그리고 포스텍은 졸업생들의 인생에 어떠한 의미로 남게 될 것인지, 이러한 질문은 매년 이맘때가 되면 우리에게 더욱 무거운 무게로 다가온다.

여러 생각들이 스쳐가는 가운데, 우리 포스텍이 학생들에게 약속했던 것들 중에 얼마나 많은 것을 지키려고 했는지 자문해본다. 포스텍을 포함한 국내의 많은 대학에 대해 여전히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불만 중의 하나는, 좋은 학생들을 모집하는 데는 열심이지만 정작 좋은 학생들을 만들어내는 데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2007학년도의 졸업을 맞이하여 포스텍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수들은 이러한 의심의 눈초리에서 자유롭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2008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학에도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우선 입시에서 종전보다 더 많은 자율성이 각 대학에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대학은 정부 교육 당국에 대학의 자율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특히 대학이 원하는 학생들을 뽑을 수 있는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늘 강조해 왔다. 만약 새 정부의 약속대로 각 대학의 바람이 실현된다면 이는 우리 포스텍으로서도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된다. 더불어 이제 우리는 대학 운영의 자율성과 관련하여 다시 한 번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해야 한다. 과연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요구가 포스텍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충분히 준비된 것이었는가. 그리고 앞으로 포스텍을 졸업할 수많은 학생들에게 자신 있게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2007학년도의 졸업생을 보내며 우리는 또 한 켜의 나이를 포스텍에 더하게 되었다. 소수 정예라는 기치를 내걸고 대학을 세우면서 이 적막한 포항으로 국내 최고의 영재들을 불러들여 교육을 시작한 지 어언 20년이 넘었다. 포스텍은 이제 꽤 많은 졸업생을 배출하였으며 곳곳에서 그의 활약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국내의 다른 대학들과 비교하였을 때 수적으로는 보잘 것 없어 보이겠지만, 우리에게 한명 한명의 졸업생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한 존재들이다. 비록 적은 수이지만 모든 졸업생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국가적인 리더가 되고, 또한 우리 포스텍의 가치를 빛내줄 존재가 되길 기대한다. 포스텍은 그냥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랑스러운 지난 졸업생들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에 버금가는 현재와 미래의 졸업생들이 있기에 진정한 포스텍의 의미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되는 것이다.

졸업을 맞이하여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 주고 싶다. 그리고 모든 졸업생들에게 포스텍이 진실하게 살았던 젊은 시절의 한 장으로 오래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제 이곳에 남는 우리들은 다시 한 단계 더 수준 높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