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포항공대신문’에 바란다
[독자논단] ‘포항공대신문’에 바란다
  • 이현준 / 화공 03
  • 승인 2007.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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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연히 개교 초기의 우리대학 신문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신문에는 민주화 운동과 학생 운동의 정점의 시기에서 우리대학 학생으로서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선배들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당시 신문을 통해서 선배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은, ‘너무 사회와 동떨어져 살아가고 있던 것은 아닌가’ 하고 고민했던 나에게 그 고민의 해답과 함께 시간을 넘어선 포스테키안끼리의 동질감과 그로 인한 안도감을 주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의 포스테키안에게도 고민거리는 많았다. 그 동안 질주하기만 했던 스무 살 포스텍의 성장통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4년 동안 2번이나 오른 식비, 수년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인상된 등록금, 총장이 사표를 내고 이사회가 이를 반려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태, 교수 임면권 문제로 이사회와 구성원 간에 불거진 반목 등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 접하는 이러한 문제들은 구성원들에게는 충격적이었다. 모두 갈팡질팡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 이맘 때 쯤 각과의 종강총회에는 당면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유래 없이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었고, 법인본부장과의 대화에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일부 구성원은 무기력함을, 일부는 대학에 대한 실망을, 일부는 구성원들의 자제와 신중한 대처를 토로하며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지만, 학교의 당면한 현안들이 구성원들의 깊은 고민과 우려를 요한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고민들 중 어떤 것들은 우리대학 신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기사의 취사선택은 신문사의 고유한 권한이고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신문을 만드는 것이겠지만, 신문지면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내에 유일한 공식 언론기관인 신문사가 이러한 문제를 다뤄주지 않는다면 당면한 학내 문제들이 결코 공론화되기 힘들고 기록으로 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론화되지 못한 문제들은 추측과 추문만을 낳고, 결국 구성원간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간단히 생각해보아도 기록으로 남는 신문에서의 취재와 다른 경로를 통한 구성원간의 의사소통 중 어떤 경우에 더 성실하고 문제에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답변을 얻을 수 있는지는 명백하다. 가령 전임 총장의 사표반려와 같은 사건의 경우에도 우리대학 신문에 그 본말이 소개되지 않아 현재의 우리는 부정적 이미지만을 가질 수밖에 없고, 훗날의 후배들은 아예 이러한 사건의 존재여부조차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대학 신문이 현재의 우리의 고민을 기록하고 다뤄주지 않는다면 후배들은 바로미터로 삼을 자료를 얻을 수 없고, 똑같은 고민과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근시일안에 식비가 또다시 인상된다면? 다시 구성원간의 마찰이 빚어진다면? 우리는, 후배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2020년에는 세계에서 스무 번째로 손꼽히는 대학이 될 수 있을까? 학생회의 역사가 짧고 힘이 비교적 약한 우리대학의 현실상 실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학생 수가 적은 우리대학에서는 존재만으로 큰 의의를 가지는 것들이 많다. 수 년 전, 몇 년간 단일후보가 입후보했던 총학생회는 사명감 하나만으로 자신들을 희생하며 힘든 일을 해 왔다. 이러한 면에서 최근에 적극적이고 참여적인 분위기속에 치러진 총학생회장 경선은 앞으로 학생회 활동에 있어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우리대학 신문도 이제는 존재의 의의의 수준을 넘어, 약관의 나이를 지나 청장년기에 접어드는 포스텍의 고민에 항상 적극적으로 함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