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의 가을풍경
포스텍의 가을풍경
  • 김예람 기자
  • 승인 2007.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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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햇살 한 모금 머금어 어디론가 떠나는 낙엽처럼
포스텍의 가을풍경을 내 손으로 담아 보겠다는 각오로 신문사를 나섰다. 사진기 하나 들고 흥분된 마음으로 학생회관을 나서니, 동해 바닷물같이 한없이 깊어 보이는 하늘과 단풍 내음 물씬 풍기는 바람, 그리고 엄마 품같이 따뜻하고 포근한 햇살이 나를 반겨주어 가을의 풍취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무은재기념관 앞 과학탐구상과 이를 둘러싼 새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 가을 냄새에 푹 취해있어서였을까, 마치 나무들이 형형색색 곱게 차려입고 바람의 장단에 맞추어 나를 매혹하며 검무(劍舞)를 추고 있는 듯했다. 잎사귀 스치는 소리, 바람 소리 모두가 검무를 흥겹게 추기 위한 추임새로 들릴 정도로 이미 매혹되어버린 나는 그 아름다운 동작 하나하나를 담고 싶어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이동 경로에 대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더욱 단풍 내음이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일 뿐. 이동 중 주변에 낙엽이 쌓여있는 벤치에서 쉬게 되었다. 뭐가 그리 바쁜지 낙엽들은 자꾸 내 발을 툭툭 치며 비키라는 듯 빠르게 스쳐간다. 미안한 마음에 발을 살짝 들었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는 적적한 거리의 벤치에서 ‘스르르’ 낙엽 굴러가는 가을의 소리만이 들린다.

아직 환절기여서 몇몇 나무만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옛 말에 홍일점(紅一點)이라 하지 않았던가. 몇 안 되는 붉은 나무들은 자기만 보라는 듯 붉은 기운을 넘치게 표현하고 있었다. 그 넘치는 붉은 기운 사이로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붉은 햇살이 시신경을 자극하는 동시에 감성 또한 자극하여 눈과 머리가 행복한 지라.

RIST를 돌아 기숙사 쪽으로 가는 계단에 물 따라 흐르는 낙엽들을 볼 수 있었다. 출렁이며 흐르는 수면에 찰랑찰랑 반사되는 햇빛 덕분인지 물에 떠내려가는 낙엽들이 맛있는 가을햇살 한 모금씩 머금어 어디론가 가져가는 듯이 보였다. 그러면서 문득 낙엽들이 떠내려가는 모습이 전선에서 전자들이 흐르는 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공대생인가’라는 생각에 실소(失笑)를 머금고 지곡연못으로 향했다.

지곡연못 또한 새 단장 중이었다. 아직 새 옷이라 그런지 성숙한 가을미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호수가 만들어내는 그대로의 강호연파(江湖煙波)의 풋풋한 성숙미를 물씬 풍겼다. 산소를 마시려는 건지 멋진 가을하늘 보려는 건지 모르겠으나 잉어들은 수면 위로 올라와 뻐끔거리고 있고, 외부 손님들도 포스텍의 가을풍경을 즐기는데 한창이었다. 멋진 가을을 즐기는 마음은 동물이든 식물이든 사람이든 하나같이 같지 않을까? 한번만 고개를 돌려보면 우리대학에도 이렇게 멋진 가을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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