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진정한 대화를 위하여
[독자논단] 진정한 대화를 위하여
  • 조연주 / 화학 04
  • 승인 2007.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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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과의 대화’를 마치고
‘총장과의 대화’가 지금의 틀을 갖춘 건 작년부터라고 알고 있다. 그렇게 치면 이제 두 살밖에 되지 않은 행사인데, 이미 명실상부하게 학교의 중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총장과의 대화’를 위한 일련의 준비과정과 행사 전후로 여기저기서 보이는 관심은 이 행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총학생회로서는 학우들의 요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자리이기에 준비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필자는 발표 이후에도 여기저기서 쇄도하는 문의에 발표 내용을 여러 번 재차 설명하는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이렇게 준비해보고 나니 ‘총장과의 대화’라는 행사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먼저, 총학생회가 여론을 수렴하는 데 있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작년에 있었던 ‘학생과의 대화’가 없어지고 ‘찾아가는 총학생회’가 ‘찾아가는 자치단체’로 바뀌면서 학우들이 필요로 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 ‘총장과의 대화’가 자주 없는 기회인만큼 총학생회는 학우들의 중요하고 시급한 요구가 무엇인가 끊임없이 고민해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언제나 지적되어 식상하기까지 하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역시 학우들의 무관심이다. 이번 행사 역시 전방위적 홍보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소위 일한다는 학우들을 제외하면 거의 참여가 없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무관심이 학교생활이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증거인지, 대화의 가능성이나 효과에 대한 심각한 불신 때문인지는 쉽게 결론내리기 어렵다. 다만, 활발한 참여 속에서 학우들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는다는 것은 명백하다.
한편, 행사 때 논의된 사항이 어떻게 진전되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행사의 특성상 그 시간에 논의를 매듭짓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검토해보겠다”는 식의 대답을 많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는 조용하다. ‘총장과의 대화’에서 오고가던 얘기가 행사 이후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총장과의 대화’는 단지 정치적인 일회성 쇼일 뿐이다. 그러므로 대학본부에서는 검토한다고 밝혔던 사항에 어떠한 진전이 있는지 분명히 알려야 할 것이다.

물론 ‘총장과의 대화’를 전후로 총학생회와 대학본부 사이에 활발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비공식적이고 비공개적이라 학우들이 그 내용을 알기 어렵다. MIT에서는 학부교육 개선을 목표로 교수·직원·학생을 아우르는 TF를 구성했었다. 이들이 2년 반 동안 활동하며 여러 제안을 만들고 곧 이를 전면 공개했다. 이는 우리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대화’의 모델이 될 만하다.
하지만, 글을 시작하며 말했듯 ‘총장과의 대화’는 (조금 거짓말을 보태면) 겨우 이 년째에 접어든 행사다. 고작 갓난아기에 불과한 행사에 너무 아쉬운 말만 늘어놓았는지 모르겠다. 포스텍은 개교 초기부터 학내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적이지 못하다고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학우들의 활발한 참여와 대학본부의 의지가 결합된다면 ‘총장과의 대화’는 그러한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해나가는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