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와 연구
강의와 연구
  • 박경호 / 수학과 연구원
  • 승인 2007.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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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와 연구를 병행했던 연구원으로서 그간 나와 함께했던 연구원들이 서로 이야기한 부분들을 토대로 나의 경험과 느낀 점들을 몇 가지 이야기한다.

먼저 개인적인 연구 활동을 본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연구해보고 싶어 하는 몇 안 되는 대학인 포스텍에서 지난 시간동안에 마음껏 연구를 할 수 있었던 점은 나의 삶에 있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연구원들의 연구 활동은 학과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주로 해당 연구팀별로 시행하고 있는 세미나와 연구원들 개개인이 그 동안 지속해왔던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연구 활동을 수행함에 있어서 많은 나라와 대학들이 가지고 있는 연구현실과 시설을 비교해 본다면 포스텍에서의 연구원들의 연구 환경은 비교적 나쁘지 않고, 자유로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도 모든 학문의 연구 활동은 그 학문의 자유로움 추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오던 나로서는 포스텍이 주는 많은 자유와 여유로움은 연구 활동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한편 아쉬운 점은 보다 나은 학문적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많은 구성원 상호간의 정보 교환과 세계 우수 신진인력들 간의 좀 더 실질적이고 활발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국책사업인 BK-21 사업의 일원으로서 연구원 생활과 강의를 전담했기에 강의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한다. 강의에 있어서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최고의 수준에 있는 포스텍의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주 흥미롭고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나의 강의는 기초수학인 미적분학 강의였기에 신입생들과 접할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강의에 숙련된 선생님들의 강의와는 조금 달리 학생들에게 접근하고자 노력했다. 때로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 그 문제가 가지고 있는 의미 등에 관해서 학생들에게 역으로 질문을 하는가 하면, 그 문제 해결법의 아이디어 발상을 요구하는 식으로 강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내가 어릴 적부터 늘 생각해오던 인격의 중요성을 틈틈이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이런 강의 방향에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학생이 많았지만, 이내 적응하는 모습들을 보여줘서 학생들에게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 주 2회라는 짧은 강의를 통해서 많은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의 목표였던 기초학문인 수학의 학문적 능력 향상, 공학도로서의 기본적 인품과 소양 배양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이뤘다고 본다.

이렇게 좋았던 점과 반대로 이해하기 힘들고 답답한 면도 많았다. 포스텍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기 자신의 공부(연구)와 생활에 직접 관계가 없는 것에 참여도가 낮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공동체 생활의식 결여와 인간으로서의 기본소양의 부족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입시위주의 교육이 만든 병폐와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강의를 맡아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애로점은 무엇보다도 그 강의의 주제를 임의로 설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울러 강의에 대한 지원 부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연구원·강사들이 실시하는 보강에 대한 시설지원이 미비하고, 성적산출 후 학교 측이 성적입력 시스템을 제공치 않은 것 등이다. 이 때문에 성적입력을 제시간에 할 수 없어 학생들에게 성적정보를 제때에 제공하지 못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한 행정적 지원 즉 행정 서비스의 문제는 유감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이외도 학생지원에 대해서 낙후성과 타성에 젖어 있음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되어야만 제2의 도약을 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