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왜 신축 ‘여자’ 기숙사 인가
[78 오름돌] 왜 신축 ‘여자’ 기숙사 인가
  • 유형우 기자
  • 승인 2007.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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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완공, 겨울학기 입사를 예정으로 신축 여자기숙사가 건립 중에 있다. 필자가 남학생이라 그럴지도 모르나 어딘가 모르게 신축 ‘여자’기숙사라는 단어에 묘한 거부감이 든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단지 남학생이어서가 아니라 21동 신축 기숙사가 신축 ‘여자’기숙사로 결정된 배경에 따른 거부감일지도 모르겠다.

신축 여자 기숙사는 이사회의 결정이다. 당초 기획안은 일단 신축 기숙사를 짓되 그 운영 방안에 관해서는 향후 의견을 모아 결정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기획안이 올라간 이후 열린 이사회 회의에서 신축 기숙사는 여학생 전용으로 결정이 났다. 이게 2005년 말이다. 이후 2년여 간 운영방안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은 제대로 된 통로를 통해 개진될 수 없었고, 간담회 같은 공개적인 의견수렴 활동이 부족했음은 물론이다.

신축여자기숙사는 일단 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서 큰 문제가 된다. 현재 우리대학에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합친 전체 3,009명의 학생 중 남학생비율이 2,507명, 83%에 달하는데 이들은 단지 ‘남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존 기숙사의 환경을 훨씬 뛰어넘는 신축기숙사에 발조차 디딜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기숙사도 리모델링을 통해 신축 기숙사 수준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계획 중에 있으나, 이는 말 그대로 계획 중에 불과하다.

여학생들 역시 나름대로의 불만이 있다. 물론 모든 여학생들이 공감하는 것은 아니나 원 기숙사에 계속 남고 싶다는 일부의 의견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일괄 이주 시키려는 데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신축 기숙사의 기숙사비 역시 큰 문제 중의 하나다. 만약 기존 기숙사비에 비해 오르게 된다면 그 상승폭과 함께 논란거리가 될 것이고,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이 역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학생에게 신축 기숙사에 들어갈 문이 열리게 된다면 신축 기숙사는 물론 혼성 기숙사가 될 것이다. 이사회 및 몇몇 교수들이 신축 기숙사를 여학생 전용으로 하자는 것의 근거는 이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통념상 아직 혼성 기숙사를 허용할 단계가 아니며, 우리대학 이미지의 큰 실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결코 단지 이것이 신축기숙사를 여학생 전용으로 짓는 이유
라면 큰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굳이 신축 ‘여자’기숙사를 고집해야 한다면 뭔가 더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몇 년 전 학생들이 78계단 아래 남녀 학생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건의를 했을 때, “그럼 만나지마!”라며 논의를 일축시켜버린 모 교수와 같은 말을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지만.

전임 총장 시절 신축 기숙사건에 관한 논의가 지지부진 혹은 묵묵부답이던 것과 달리 현 총장님은 뭔가 대화가 시도되려고 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진행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만 하다. 비록 신축 기숙사 완공과 입주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금과 같이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어 되도록 많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신축 기숙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