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총장선임 그 후
[기획취재] 총장선임 그 후
  • 김정묵 기자
  • 승인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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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총장 선임, 비온 뒤 땅 굳게 할 묘책은 무엇?

지난 7월 15일, 일년여간의 지연 끝에 박찬모 총장대행이 제 4대 총장으로 선임되었다. 모든 학내 구성원들이 학수고대 해온 선임이었으나, 선임 결과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학내 여론은 총장 선임자의 자질과 역량, 연령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교수평의회의 입장과 배치되는 이사회 의결에 대한 반발이 크게 일어나, 이사회를 질책하고 선임자의 사퇴와 재선임을 요구하는 글이 포시스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더 이상의 대학 운영의 공백을 염려하여 현 총장 선임자로 가되, 구성원의 뜻을 잘 수렴할 수 있는 폭넓은 보직자 구성 쪽을 지지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그 와중에 7월 24일, 박찬모 총장 선임자는 자신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하고 자신의 구상을 밝히는 교수 간담회를 열었으나 해명 발언이 관련 교수들과 엇갈리기도 하였다.

7월 27일에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총선위가 그간의 활동 일지를 공개하였고 30일에는 총추위가 총선위와는 다른 관점이 담긴 활동 일지를 공개하였으며 31일에는 총추위 일지에 대한 반박성을 띠는 이대공 부이사장의 글이 전달되었다.

총선위와 총추위의 엇갈린 시각에 대한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선임 이후 실시되었던 교수평의회의 교수 설문 결과는 총장 선임 과정의 불합리성과 교수들의 의견이 배제된 선임 과정, 현 선임제도에 대한 성토와 함께 총장 선임자의 역량에 대한 회의적인 결론으로 나타났으며 선임자의 거취에 대해서는 사퇴 요구와 취임 의견이 거의 비등하게 나타났다. 직원 노조에서 실시한 설문 역시 총장 선임 과정과 이사회에 대한 성토가 주조를 이루었다.

애초에 총추위 추천 총장 후보군에서 초빙을 성사시키지 못한 사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구성원의 기대와 다른 이를 선임한 것은 총선위의 과오라 할 수 있다. 총추위가 지난 7월 2일 후보 추천 작업에 임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것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최소의 안전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정을 앞세워 이 같은 논의를 불식시킨 것은 선임 제도의 중요한 축인 총추위, 곧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는 규정 취지에는 어긋나는 것이다. 선임 과정에 있어서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대표성이 ‘비명시적이나 명백히’ 부여된 조직을 거치지 않은 선임은 구성원들의 기대에 부합할 가능성이 낮으며 이는 그러한 선임을 거친 총장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밖에 없음을 내포하고 있어 지난 2,3대 총장 재임 시에 학내에서 큰 문제점으로 꼽혔던 대학 본부의 추진력 부족을 이번에는 총선위에 의해 태생적으로 짊어지게 된 상황이라는 것은 박찬모 총장이 취임 이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한편, 화학과와 산공과는 8월 11일과 19일, 차례로 학과 내 대다수의 교수가 서명하여 총장 선임자와 이사장의 사퇴, 선임제도 개선과 재단과의 관계 개선 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 같은 학내 일부의 움직임에 대해 이사회는 이사진 일동의 명의로 8월 22일 이사회의 권한에 도전하고 총장에 대한 반발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의 메일을 전 교수에게 전하였다.

박찬모 총장의 임기가 지난 9월 1일부터 시작되고, 보직진도 구성되어 본격 직무에 들어가 정상적인 대학 운영이 되고 있기는 하다. 총장 선임 과정에서의 오해와 감정적 대립은 해소되지 않았다.

현재 대학 내에 공공연한 재단 이사회와 일부 교수 간의 불화와 대립, 그리고 대학 운영에 있어서 이사회의 방침과 의지에 대한 의심, 총선위 활동의 진정성에 대한 불신 등이 깔끔히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러나 총장 선임 과정 전반에 있어서의 결과적인 이사회의 과실과 총장 선임 지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는 구성원들이 겪을 혼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대처 등이 이사회에 대한 많은 오해의 빌미를 준 것은 분명하다.

대학 재단 이사회가 대학에 대해 가지는 강력한 권한은 대학 구성원 위에서 지시를 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학이 본연의 목적과 사회적 가치에 있어서 더욱 나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와 대학 구성원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