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기획] 제 17대 기숙사자치회 전망
[학원기획] 제 17대 기숙사자치회 전망
  • 황정은 기자
  • 승인 2003.03.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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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자치회의 새로운 실험 결실 맺을까

수당의 예산화, 벌점 규정 개정, 정책 중심 운영에 주력

3월 10일에서 11일에 걸쳐 실시된 제 17대 기숙사 자치회(이하 기자회) 회장 선거에서 조직개편, 사칙 개정, 예산 독립, 프로젝트화 등의 기숙사 운영에 있어 다소 이례적인 공약을 내놓은 신정규 학우(물리 00)가 당선되면서 3개월 가까이 미뤄졌던 제 17대 기자회가 구성되어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기자회는 본질적으로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속성상 학생자치단체가 아니면서도 학생자치단체와 유사한 반면 기숙사의 자율적 관리와 운영을 위해 주거운영팀과 협의하는 단체라는 이중적 속성을 갖고있다. 특히 최근에는 주거운영팀에 종속된 서비스 단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와 같이 기자회의 위상이 불분명해진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기자회 집행부와 동장에게 주어지는 수당 성격의 장학금이 한몫 했다. 당초 공로에 대해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취지였으나 점차 변질되어 일부 학우들이 의욕이나 소신에 따른 것이 아닌 월급을 받기 위해 집행부나 동장에 지원하는 등 마인드가 해이해졌고 학우들도 기자회 집행부 및 동장을 잡무를 처리해주고 부수입을 올리는 직책 정도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자치단체인지, 주거운영팀 소속 근로학생 모임인지 불분명해진 기자회는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보다 현상유지를 위한 관리 기능에 치우치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신정규 기자회장은 “기자회 집부 및 동장이 월급을 받지 않으면 된다. 올해에는 이미 관련 예산이 책정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집행부와 동장들에게 지급된 장학금을 자율적으로 반납해 이를 기자회 예산 형태로 운영해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기자회는 다른 자치단체들과는 달리 연초에 따로 예산을 배정받지 않고 매 행사를 추진할 때마다 수시로 필요한 자금을 주거운영팀에 청구해 사용해왔다. 따라서 기자회가 자율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에 독립적인 예산 확보와 위상 정립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해법으로 집행부와 동장의 장학금을 예산화를 추진중인 것이다.

그러나 장학금의 기자회 예산화에 따른 어려움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의 동장 모집 기간인 3월 20일까지 동장 지원자가 나온 동은 11, 12, 17, 18, 20동으로 이는 모두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예전 동장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대학원생동이다. 학부생동에서는 동장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어 모집 기한을 3월 23일까지로 연장한 끝에야 겨우 4동에서만 동장이 나오는 난항을 겪고있다. 신정규 기자회장은 “현상유지를 위한 업무는 동장이 없어도 이루어지므로 동장이 부족한 것이 큰 타격이 되지는 않는다. 동장은 수시로 지원 받을 것”이라 밝혔지만 사생들의 호응이 부족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기자회 집부와 동장에게 지급되는 월급은 인건비 명목이고 세금도 청구되는 부분인데 이를 모아 예산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일종의 회계상 변칙운영인 셈이라 세금이나 회계 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장학금 예산화가 바람직한 시도임에는 틀림없지만 근본적 대안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른 자치단체들은 회원인 학생들로부터 직접 학생회비를 받아 이것을 기본적인 예산으로 삼지만 기자회는 자체 예산이라고는 하나 결국 학교 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한편 기숙사 현상유지를 위한 동장업무였던 고장ㆍ수리 신고는 근로학생과 posis 고장신고 등 정규처리과정에 완전히 일임하고 기자회는 동장과 집부들이 자율적으로 지난해에 시작된 동별 특성화와 1, 2동의 도난 방지 무선 감시카메라 설치 및 관리와 같은 프로젝트 추진에 전념하는 체제로 기자회 운영 방침을 개편할 방침이다. 신정규 기자회장은 “지금까지 학내 자치단체 운영은 소수의 핵심인물에게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핵심 인력의 휴학 등의 이유로 공백이 생기면 자치단체 업무가 큰 타격을 입는 등 폐해가 컸다. 기자회가 프로젝트 단위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이와 같은 폐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기숙사 생활에서의 벌점 부과 권한에 대한 효율적 운영방안 마련도 중대한 현안이다.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내 여건 상, 벌점에 따른 징계는 생활에 큰 장애가 되었기에 사생수칙에 의한 벌점제는 유명무실화되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사칙 개정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신정규 기자회장은 “해당 학생의 LAN을 차단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장의 권한 행사에 대한 사생들의 반발도 예상되어 이러한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기자회는 사생들에게 개정된 사칙에 대해 충분히 홍보하고 논의 단계를 거쳐 넓은 공감대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제 17대 기자회의 새로운 시도에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 학생들의 생활의 근거지로서 기숙사 운영방향은 교육과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주거운영팀 등 학교측과의 구체적인 논의와 방향 정립, 학우들의 공감대 형성 등 제 17대 기자회가 표방한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기숙사 운영에 새 전기가 마련되는 의미있는 ‘실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