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총여학생회 부활의 의미와 과제
[기획취재] 총여학생회 부활의 의미와 과제
  • 황정은 기자
  • 승인 2002.10.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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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부활, 순항 여부는 미지수

2003년 총여학생회 회장에 이지은(컴공 00) 학우가 단독 입후보함으로써 찬반 투표 부결 등의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는 총여학생회가 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총여학생회가 생김으로써 8년 동안 공백을 두었던 여학생회 활동이 재개되고, 학내 소수자인 여학생들의 복지와 권익을 향상시키는 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총여학생회가 구성되는 것은 9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94년도 총여학생회가 활동을 종료한 후 매년 회장 입후보를 기다려왔으나 입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8년 간 총여학생회는 자치단체로 등록만 되어 있는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총학생회 산하의 여학생부가 있는데 굳이 총여학생회가 필요한지 의문을 갖는 학우들이 많다. 여학생도 학생이라는 집단에 속하는 만큼 총학생회와 동등한 위상을 가지는 총여학생회의 존재는 일견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여학우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그것은 총학생회의 한 기관으로서 여학생부의 존재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그간의 학내 구성원들의 일반적인 정서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학생부’ 이상의 ‘총여학생회’의 존재는 여학우들이 당연히 찾아야 했던 권리이다. 여학생부장은 총학생회 안에서 임명되어 여학우들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일꾼이지만 총여학생회장은 여학우들의 직접 의결에 의해 선출된, 여학우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대표이기 때문에 그 위상이나 역할면에서 차이가 크다. 또, 내실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자치단체로서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고 이 때 다룰 수 있는 문제의 범위도 확장된다. 여학우 복지정책을 실행하거나 건의를 받아들이는 기구로서의 역할은 여학생부도 할 수 있지만 이공계 여성에 대한 담론이나 학원에서의 여성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총여학생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또, 총여학생회는 독자적인 집행부 체계를 확보하여 여학생 활동에만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다.

8년 간 잠들어 있던 총여학생회 앞에는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학교에는 성폭행, 성희롱, 그리고 성차별과 같이 학내에서 여학생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고를 접수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설 기구가 없으며 관련 규정조차 사문화된 상태이다. 내년에 출범할 총여학생회는 학내 구성원 중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우리 학교의 특성상 문제의식 없이 넘어갔던 학원에서의 여성문제를 발굴해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 실효성있는 성폭행, 성희롱, 그리고 성차별 관련 규정을 만들도록 촉구하고 여성 문제를 접수받고 해결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급선무다.

작은 것부터 고쳐나가는 노력도 요구된다. 학생회관 홀수층에도 여자 화장실을 마련한 것처럼 여학우들이 겪어 온 일상 생활의 불편을 해소하는 일도 필요하다. 여자 화장실 만들기나 화장실에 생리대 자판기 설치하기는 사소해 보이는 불편을 해소해 줄 뿐만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을 끌게 됨으로써 학내 여성문제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모을 수 있다.

지역적 한계와 특이한 구성원 성비 때문에 우리 학교의 구성원들은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여성문제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총여학생회의 활동이 더욱 목마르다. 여학생 모임이라든가 책자 발행, 여성담론 토론, 강연 행사 등을 통해 구성원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이끄는 것도 총여학생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우리 학교 총여학생회만의 색깔을 찾는 것도 총여학생회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페미니즘 운동과 연계된 일반적인 여성문제보다는 이공계 여성이 당면한 편견과 벽을 허무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올바른 과제 해결의 방향일 것이다.

여학생부 이상의 총여학생회가 출범할 예정이지만 그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쌓여온 자료나 전수받을 노하우 없이 맥이 끊긴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그리고 학내 구성원들의 총여학생회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는 점도 총여학생회의 앞길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8년 만에 재출범하는 총여학생회인 만큼 여학우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역할을 내년에 출범할 총여학생회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총여학생회의 활동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여학생회가 이듬해에 다시 단절되는 사태를 막아야 하는 등, 내년에 출범할 총여학생회는 처음부터 차기 총여학생회를 고려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어려운 출발이지만, 내년에 출범할 총여학생회가 기반을 확실히 다져 여학우 권리의 지킴이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