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제16회 총학생회 중간 평가
[기획취재] 제16회 총학생회 중간 평가
  • 이남우 기자
  • 승인 2002.09.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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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성실한 활동 ... 정책 입안에는 한계

16대 총학생회(총학생회장: 정의근(컴공 99), 이하 총학)가 출발한지 9개월째를 맞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마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공약도 없이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16대 총학은 이 9개월 동안의 많은 노력으로 학생의 대표로서 학생의 일꾼으로서의 역할을 찾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6대 총학은 학생들로부터 괴리되어 있었던 이전 총학들과는 달리 학생들 가까이에 있는 총학을 만들기 위해 먼저 학생들의 민원해결에 많은 역량을 쏟았다. 발족과 함께 총학생회 홈페이지(http://stu.poste ch.ac.kr)를 만들고, 그 안에 ‘postech 발언대’ 게시판을 만들어 학생들의 민원을 수렴하였다. 이러한 민원수렴 이후 통나무집 앞 인도 설치, 서울-포항 간 버스 운행 재개, 학생회관 3층 여자화장실 설치 등 많은 복지차원의 민원사항들을 해결하였다. 또 이러한 민원사항 외에도 학교나 학교생활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도 다방면으로 조사를 한 후 질문에 답을 해주는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민원문제 해결 이외에도 학기 초마다 발생하던 공고 문제를 규정화하거나, 학생회관의 쓰레기 분리수거를 유도한 것을 비롯하여 2002국토 대장정이나 POSTECH-KAIST 교류전을 성공리에 치루어 내는 등 많은 활동을 하였다.

과다한 학업과 학생들의 관심 부족으로 많은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전의 총학모습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성장을 한 셈이다. 그렇지만 현 총학은 현 시점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현 총학이 지금까지의 총학들 중에서는 제일 나은 평을 받고는 있지만 학생대표기구로서의 제 목소리를 내기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 총학이 학생민원 쪽에만 너무 많은 신경을 쓰다보니 학생들의 대표기구가 아닌 학생 ‘서비스센터’의 모습이 강하다. 물론 학생 민원을 들어주고 그것을 학교에 건의하는 것은 총학의 기본 역할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타 대학의 총학도 학생민원에 많은 신경을 쓰기는 하지만 우리 총학처럼 인력과 시간의 대부분을 투입하지는 않는다. 물론 당장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일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현 총학의 경우 이러한 기본적인 일에만 신경을 써서 본질적인 역할인 학생대표로서의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총장 선임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분명 학생대표로서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을 가했어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학 측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표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총장 선임은 학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며, 학생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이다. 타 대학 총학의 경우는 학교의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로 반박을 가하며, 학생들의 의견을 이끌어내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는데 이토록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입장표명을 분명히 하지 못하는 현 총학은 분명 학생대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큰 문제가 아니더라도 얼마 전의 수재의연금 모금과 같은 일만해도 분명 총학주도로 진행됐어야만 했던 일이다. 하지만 이 일은 학교 측이 총학의 이름만 빌려 진행한 일이었다. 물론 총학이 포카전으로 인해 많은 신경을 그곳에 쓰고 있었을 때라고 해도 그들이 학생대표로서의 자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조그만 부서를 만들어서라도 그들 주도로 일을 추진했어야 했다.

역대 총학과의 활동내용을 비교해 보거나 일선 학우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감안하였을 때 제 16대 총학에 대한 찬사는 전혀 아까울 수 없다. 그러나 총학이 할 일은 사실 너무 많다. 미진하고 아쉬운 부분만을 끄집어내어 요구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지만, 총학은 그들이 어떠한 방향을 견지해야 하고,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바로 학생 전체의 위상과 직결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