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ITP 토플 중단 대안은 없나
[긴급진단] ITP 토플 중단 대안은 없나
  • 황정은 기자
  • 승인 2002.09.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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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잠정 중단 되었던 ITP 토플의 재개 여부와 시기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불투명해 토플 550점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는 졸업요건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ITP 토플을 주관하는 ETS사가 ITP 토플 실시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통보해옴에 따라 8월 20일 교무처는 9월 28일에 실시할 예정이었던 ITP 토플을 취소하고 11월 2일 이후의 ITP 토플은 ETS사의 통보에 따라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통보했었다. 이러한 ETS사의 ITP 토플 중지 처사는 KAIST에서 실시한 ITP 토플에서 유출 사고가 일어난 때문이었다. ETS사는 내사에 들어갔으나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공지가 없는 상태다.

ETS사의 이와 같은 일방적인 ITP 토플 중단과 무책임한 태도로 인한 여파로 애꿎은 졸업 예정자들이 곤경에 빠지게 된 셈이다.
아직 기준 점수 이상을 취득하지 못한 학생들은 정규 CBT 토플에 응시, PBT 토플 550점 이상에 해당하는 점수를 제출해야만 졸업이 가능하다. CBT 토플은 PBT 토플과 문제 유형이 다를 뿐더러, 응시료 또한 ITP 토플보다 훨씬 비싸다.

입시와 졸업을 주관하는 학교 당국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10월 13일 실시할 예정인 2003학년도 대학원 입시는 당초 ITP 토플로 전형할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런 ITP 토플 중단으로 인해 자체 출제 시험으로 전형하는 것으로 급히 변경되었다. 그러나 졸업요건의 경우 학칙으로 정해져 있는 데다 자체 출제 시험으로 대체할 경우 공신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체 출제 시험으로 졸업 요건을 대신하는 것은 곤란하다. 학사관리팀에서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대책이 요원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인문사회학부 조동완 교수는 졸업 요건으로 토플 이외에도 정규 CBT 토플보다 응시료가 싸고 공신력이 있으며 여러 기업체의 채용에 적용되는 TOEIC 점수 적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 같이 ITP 토플이 갑작스럽게 중단됨에 따라 PBT 토플 550점 이상 취득을 졸업요건으로 하는 학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물론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학칙의 목적은 당연한 것이며, 이러한 목적을 실현시켜 줄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다. 인문사회학부 조동완 교수는 많은 졸업생들이 토플 제도에 찬성하며, 영어 학습의 동기를 부여해 준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PBT 토플 550점 이상 취득이라는 졸업요건을 적용받게 된 것은 95학번부터이다. 이 제도는 호평을 받아 카이스트를 비롯한 국내 여러 대학들이 우리 학교의 토플 제도와 유사한 제도들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정규 토플의 응시료가 너무 비싸다는 점을 고려하여 도입한 것이 ITP 토플이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토플 550점 이상 취득만이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최선의 방법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의 갑작스러운 ITP 토플 중단 사태는 ITP 토플의 약해진 공신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토플 점수 이외의 다른 잣대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 550점 이상의 토플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명문화된 제도적 장치에만 집착한 나머지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향상시킨다는 본래의 목적은 망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는 일정 정도 이상의 점수를 받지 못하면 졸업을 시키지 않는 방법뿐만 아니라 단기유학이나 PENDP와 같은 프로그램들을 활성화시키거나 최근에 개설된 English Speech, Audio Visual English와 같은 실용적인 새 영어 교과목을 개설하는 방법도 있다.

ETS사의 일방적인 ITP 토플 중단에 우왕좌왕하기보다 이번 사태를 기회삼아 토플 제도에 대한 다각도의 재검토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