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기획] 형산제 방향 찾기
[학원기획] 형산제 방향 찾기
  • 이남우 기자
  • 승인 2002.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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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제, 어떡하다 ‘뜨거운 감자’로 전락하였나

2학기의 가장 큰 학생행사로 여겨지던 형산제가 여러 가지 문제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포카전으로 인해 축제기간동안 정상수업을 실시하게 되어 존폐위기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형산제는 올해 뿐만이 아니라 이전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추석 연휴 때문에 행사기간 선정에 일관성이 없어 해마다 축제 준비를 위한 기간 변동이 심하고, 행사기간 역시 학기 초에 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알찬 준비에 차질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업적인 면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끼쳐왔다. 또한 과주점 등의 학과 행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맞이 한마당에 비해 참여율이 저조하고, 행사성격도 명확하지 않아 많은 굴곡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한때 동아리 중심의 형산제가 치러지기도 했었고, 이름을 ‘형산학술제’로 바꾸면서 학술적인 성격으로의 변모를 꾀해보는 등 여러 시도를 하였지만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카전으로 인해 시기적인 부담이 더욱 증가해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게 된 것이다. 결국 올해의 형산제는 수업을 하면서 기간을 1주일로 늘려 저녁시간 때 행사를 진행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는 동아리연합회에서 형산제를 주관하게 되면서 기존의 동아리 문화제의 역할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형산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학기 말부터 형산제준비위원을 모집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위원장도 선출되지 못한 상태라 절름발이 행사로 전락할 우려도 없지 않다.

그로 인해 형산제를 전면 폐지하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 15대 총학생회에서는 형산제를 폐지하고 ‘Break Week’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서 축제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할 때 형산제를 쉽게 폐지할 수는 없다. 우리학교 축제는 단순히 사전에 정의된 의미처럼 ‘단체 등이 어떤 일을 축하하며 벌이는 큰 규모의 즐거운 행사’로서의 의미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학업부담이 타 대학에 비해 높고, 지리적으로도 고립되어 있어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 기회가 적은 우리학교에서 축제는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학기 중의 전환점의 역할도 맡고 있다. 또한 축제를 준비하면서 학과별로, 동아리별로 모여 단합을 유도하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제 포카전이라는 또 다른 큰 행사가 열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형산제는 어떠한 방향으로든지 변해야만 한다. 형산제에 대한 방향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지고 있다.

첫번째는 형산제를 폐지하고 포카전을 주력 행사로 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는 포카전이 형산제를 대신할 정도의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올해와 같이 KAIST에서 열리는 경우 과연 학생들의 관심도와 참여도가 높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 번째는 형산제와 포카전을 이어서 하는 방안이다. 금겾岳嶽臼?열리는 포카전에 앞서 형산제를 먼저 하게 된다면 양 행사의 효과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을 거라는 예상에서 나온 방안이다. 하지만 포카전이 KAIST에서 열릴 경우에는 오히려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위의 두 가지 방안 중 가장 현실성이 있는 대안은 첫번째 방안이다. 포카전과 형산제라는 큰 학생행사가 2개씩이나 한 학기 중에 있다면 그것은 학생들의 학업정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더러, 형산제가 단순히 ‘노는’ 행사로 그친다면 발전적 해체를 하는 편이 낫다. 물론 두 개의 행사가 성격이나 규모, 참여 면에서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형산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아무리 의미있고 중요한 행사일지라도 폐지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다. 그리고 형산제가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방향성 정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학생자치단체 간부들의 판단에 맡기지 말고 학생 전체가 ‘당사자 노릇’을 제대로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행사 성격과 내용에 조정도 중요하지만 ‘멍석’이 깔려도 이를 즐기는 주체가 없었던 예년의 썰렁한 ‘잔치판’을 감안하면 형산제 방향찾기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내년 형산제에 대한 확실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총학 측의 입장은 내년에는 형산제를 학사력에서 없애고 동아리문화제를 공식화시키는 방향으로 하여 형산제를 폐지시키자는 쪽이어서 내년에는 정말로 형산제가 없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다시는 형산제라는 축제를 접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모두들 한 번쯤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