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총장像] - 동문
[내가 바라는 총장像] - 동문
  • 조성목 / 신소재 학사 2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
  • 승인 2002.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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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감각과 실질적인 추진력 갖춘 분이길

포항공대가 개교한지 어느덧 16년, 국가 전체적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이슈화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지금 새로운 총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포항공대의 16년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포항공대가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에 이어진 국내 공대의 연구분위기 혁신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음에 대해 졸업생의 한 사람으로서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 포항공대의 설립은 당시 타성에 젖어있던 국내 공학계를 자극하는 도화선이 되었으며, 80년대 후반 이후 국내 공학계의 비약적인 발전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개교 후 16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초기의 강한 의지와 뭔가 이루어 보겠다는 의욕 등이 상당히 퇴색되어 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록 연구역량의 성숙으로 초기보다 많은 연구결과들이 산출되고 있다고는 하나 학교 전반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안일함과 타성은 비단 본인만이 느끼는 불안감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총장을 맞이함에 있어서 조금 지나친 많은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 것도 어쩌면 이런 불안감 때문인 것 같다. 항상 이맘때면 회자되는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피해 보다 구체적인 관점으로 차기 총장으로 어떤 분이 되면 좋을지 이야기 해 보고 싶다.

첫째로 새로운 총장은 현실적인 감각과 실질적인 추진력을 갖추신 분이었으면 한다. 최근의 국내 여러 상황들은 연구중심대학을 표명하고 있는 포항공대에 그리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기업들이 점점 더 표면적인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게되어 학교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재정확보가 어려워지고 있고, 또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공대와 공대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어 연구에 필요한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하는 것도 이제는 그리 쉽지 않다.

이외에도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풀어나가야 할 산적한 많은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현실감각과 추진력이 새로이 포항공대의 총장이 되실 분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을 이끌어 가는 리더의 사고는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 명제는 포항공대라는 조직이 계속 발전해 가야 한다는 것이며, 현실감 없는 정책에 따른 시행착오로 제자리 걸음을 반복할 만한 여유가 우리에게는 별로 없다.

새로 맞이하는 총장은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해 주실 수 있는 분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최근의 어려운 상황들을 돌파해 나가기 위해서는 포항공대의 연구역량과 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는 대형 사업의 추진이 절실히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실적인 감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큰 사업을 설계하고 이를 과감히 추진해서 일궈낼 수 있는 분이 새로운 총장이 되었으면 하는 것은 아마도 동문 모두가 가지고 있는 희망일 것이다.

둘째로 학교 구성원들간의 화합을 이루어 낼 수 있는 분이었으면 한다. 초기의 포항공대에서는 교수, 학생, 직원이 모두 같은 배를 탄 동반자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 당시에는 구성원 모두가 제대로 된 공대를 만들어 보겠다는 강한 의지와 위기의식, 그리고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러하였을 것이다. 비록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모두가 포항공대라는 한 배를 타고 있다는 동반자 의식이 포항공대라는 큰 배의 좌초를 막고 지금까지의 발전을 일궈내었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에는 예전과는 다른 구성원들간의 새로운 갈등들이 표면 화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원인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학교 및 사회 상황의 변화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변화된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의 방식으로 이러한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다. 변화된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준으로 구성원들간의 갈등을 조율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비전으로 구성원들을 설득해 나가는 것, 새로운 총장은 이것을 해주실 수 있는 분이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타성에 젖은 조직문화를 바꾸고 새로운 긴장을 퍼뜨려 줄 수 있는 분이었으면 한다. 포항공대에 퍼져야 할 새로운 긴장은 구성원들을 억압하는 폭력적인 긴장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희망을 품은 의욕적인 긴장이어야 할 것이다. 긴장이 없는 조직은 사실상의 죽은 조직이다. 긴장의 부재는 타성과 안일함만을 키우고 결국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도태시키게 될 것이다. 새로운 총장은 학교에 퍼져있는 이 정도면 된 것 아니냐는 사고방식을 뿌리뽑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포항공대에 확산시켜 주셨으면 한다.

포항공대를 사랑하는 졸업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학교의 지속적인 발전일 것이다. 초기의 발전적인 성과를 이어가지 못하고 상당한 기간동안 학교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에 많은 동문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새로이 부임하는 총장께서 이러한 우려들을 말끔히 씻어주고 포항공대의 제 2의 도약을 일궈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