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기획] 위험한 연구환경 대책없나
[학원기획] 위험한 연구환경 대책없나
  • 임강훈 기자
  • 승인 2002.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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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시설 확보위한 적극적 투자 시급
곳곳이 안전사각지대…모두가 ‘안전지킴이’ 의식 가져야

우리대학은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는 대학이다. 연구중심대학이 단지 뛰어난 연구결과들을 양산하기만 하는 대학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안전 관련 정책이나 의식 수준에 있어서는 세계적 이공계 대학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물론 우리대학의 실험실 안전이 국내 타 대학들에 비해 수준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전문제는 상대평가가 될 수 없는 문제이다.

우리 대학의 연구실험시설 안전에 있어서의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로 연구에 투자되는 비용에 비해 안전관리를 위해 쓰이는 예산의 상대적 빈약함이다. 지난해 외부전문기관에 위탁을 하여 위험요소를 가진 실험실에 대해 세밀한 안전점검을 하였고, 유독성 화학품 및 가스 처리시설, 방화벽 등에 있어서 시설의 미비점이 여러 군데 지적되었으나 고액의 예산이 수반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아무런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학교측에서는 개별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안전시설 마련에 대해서 과감히 투자할 엄두를 못내고 있고 학과의 자체 판단에 맡기고 있다.

좋은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 안전관리 비용이 다른 연구비용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려나는 것은 어찌보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귀결이나, 실험실 안전은 비용의 효율성에 기준하여서는 안될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학교측에서는 일괄적인 안전시설 체계를 마련하고 실험실 안전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로 실험실을 주로 이용하고 관리하는 대학원생 및 연구원들의 안전의식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안전수칙을 어기고 실험에 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큰 사고로 이어진 사례는 없으나 실험실에서 일어난 자잘한 화재사고들의 상당수가 담뱃불에 의한 것이라는 통계는 연구원들의 안전의식 수준을 잘 나타내 준다. 더 경악스러운 사실은 상당수의 연구원들이 자신이 다룰 위험물질의 위험요소나 사고발생시 대처 방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실험에 임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매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그 참여율은 매우 저조한 편이다.

단발성의 안전교육은 그 실효성을 나타내기가 힘들다. 실험실 이용자들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서는 강제성을 띄는 안전교육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안전교육을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셋째로 우리대학에는 안전문제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부서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학과마다 연구실 장비를 관리하는 직원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한두명의 직원이 수많은 실험실에 대한 안전관리를 하는 것이 어려울 뿐더러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어, 대학원생 및 연구원들이 자체적으로 실험실 관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실험실 안전관리에 필요한 지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실험실 관리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못한 상태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서로 책임만 미루다 진정 중요한 위험요소 대비에 있어서는 소홀하기 쉽다. 실제로 지난해 Clean Room 사고가 있은 후에도 정확한 원인의 파악과 보완보다는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는데만 급급했고, 결국 가스검출기 등의 시설보완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결국 그 사건의 책임은 애매한 직원 한사람에게로 돌아갔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 내 안전문제를 총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부서 신설과 전문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단순히 행정적인 부분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들이 잘 알지 못하는 각종 실험 자재의 위험적인 특성과 안전사고 대처 방법 등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배치하여 기술적인 부분의 관리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학교에서 유독성 물질 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실험실 관리의 전산화 방안을 마련해 놓았지만, 관리부서의 실제 행정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한 점은 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안전문제는 언제 그 위험성이 현실화될지 알 수 없다. 당장 눈앞에 나타나지 않은 위험이라고 하여 그것이 위험하지 않은 상황임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는 이제 실험실 안전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안전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또한 진정한 연구중심대학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