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총장像] 변화의 바람을 희망의 결실로 바꿔줄 인물 기대
[내가 바라는 총장像] 변화의 바람을 희망의 결실로 바꿔줄 인물 기대
  • 신문수 / 산공 박사과정
  • 승인 2002.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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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 곳곳에서 새로운 약진을 위한 분주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오랜 숙원사업이던 학술정보센터 건립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며, 생명기술과 나노기술 분야의 세계적 연구집단 형성을 위한 대학 차원의 노력도 차츰 형상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 최대규모라는 생명공학센터 건립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생명기술과 나노기술은 정보기술에 이어 세계 경제 구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되는 첨단기술입니다. 국제적 수준의 초일류 대학이 되고자 하는 도약의 발판이 하나하나 마련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때에 어느 분이 되실지는 모르지만 오는 8월로 다가온 신임 총장의 취임은 우려속에서도 많은 기대와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우리 대학의 도약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 그리고 그 주인공은 우리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이러한 질문속에서 신임총장이 갖추어야 할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나는 대학의 총장은 학자이기보다는 경영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대학은 단순히 배우고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학교이기 이전에 하나의 거대한 조직이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하나의 특수한 기업입니다. 특히 우리 대학처럼 이공계 대학은 기업활동과도 직결되는 학문적 성과를 내는 곳입니다. 이러한 학문적 성과를 잘 지원하고, 잘 포장하며, 잘 파는 것도 대학 총장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뛰어난 학문적 식견보다는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 그들을 잘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대학의 총장에게는 더욱 중요합니다. 대학의 총장은 교수들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대학을 경영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어쩌면 ‘대학의 총장은 학자이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구태의연한 발상인지도 모릅니다.

대학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갖추어야 합니다. 뚜렷한 비전 아래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고 구성원들 간의 화합을 유도하며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시한 비전의 정당성과 자신의 실천 의지를 모두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만이 지도자로서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나를 따르라’ 식의 지도자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스승으로서의 존경이 지도자로서의 존경과는 별개였던 예를 우리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학의 총장은 스승으로서 갖는 권위를 버리고, 학생들을 조직내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대해야 합니다. 대학의 총장은 사사로이 스승이기 이전에 대학이라는 커다란 조직을 이끄는 공인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대하기보다는 구성원으로서 존중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기울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학생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보다는 학생들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학생들에게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는 길이 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학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특히 우리 대학의 총장은 도약을 힘차게 이끌어 나가는 것은 물론 떨어질 대로 떨어진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들의 사기 증진에도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우리 대학은 국내의 과학-기술 교육을 선도하는 대학으로서 사회 저변에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이공계열 기피 현상을 좌시하고 있을 수 만은 없습니다.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로서의 자긍심 회복은 우리 학생들의 학업 성취욕과도 직결된 것이며, 우리나라와 인류사회 발전에도 공헌하는 길입니다.

올 연말이면 대통령 선거가 실시됩니다. 최근에는 여권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민경선이 온국민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국민경선이라는 실험적 제도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부정과 부패에 찌들어 있는 정치에 실망해 오면서도, 또 한번 기대를 걸어 보고자 하는 희망 때문입니다. 변화의 바람은 언제나 우리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듯 합니다. 우리 대학에 불어올 변화의 바람이 희망의 결실을 함께 가져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