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주차정책시행 , 그 이후
[기획취재] 주차정책시행 , 그 이후
  • 임강훈 기자
  • 승인 2002.03.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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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해 있는 주차문제, 안전 위험 커
학생 주거지역 주차장 대책마련 시급

지난해 가을부터 교내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주차관리제도가 시행되었다. 시행 초기부터 학생 연구원 등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등 논란이 컸던 주차관리제도가 도입된 지 한학기가 지난 지금, 수많은 의견 충돌 속에서도 여러 번의 논의과정을 거쳐 몇 차례 제도 조정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큰 문제없이 정상적인 제도 시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별다른 구성원들의 불만이나 갈등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완전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시행될 수 밖에 없었던 제도였던 만큼, 완전 정착은 되지 않고 심각한 몇몇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현재 78계단 위 대학본부와 연구동 주변 주차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주차정책 시행의 핵심이었던 신분별 주차면할당제 실시로 교직원, 학생, 방문객의 주차면이 확실히 구분지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주차면 배정 기준에 대한 불만이 많았으나 수차례에 걸쳐 조정이 이루어졌고, 주차면을 최대한 증설하면서 큰 문제는 일단락지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주차장들의 사정은 그렇지가 못하다.

얼마 전 학교 내 BBS에 대학원아파트 주차장의 과잉주차문제가 심각하다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주차문제에 대해 식상해져서인지 별다른 의견은 덧붙여지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새벽시간의 대학원아파트 주변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지정된 주차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갓길마다 차량이 가득하였고, 심지어는 소방도로를 침범한 채 주차되어있는 차량도 있었다. 게다가 대낮의 대학원아파트 주차장은 더욱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학원 아파트 뒷편에 마련되어있는 주차장은 텅텅비어 있는 반면, 갓길에는 여전히 많은 차량이 불법주차되어 있는 것이다.

즉, 불법주차된 차량의 상당수가 평소에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 차량으로 24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대학원 아파트 주차장을 아파트에 거주하는 구성원들과 근처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에 학교 측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매일 사용하지 않는 차량은 조금 떨어져있는 체육관 주차장을 이용하게 하는 방안을 내세웠으나, 체육관 주차장은 언제나 텅텅 비어있어 그러한 방안이 전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주거지역에서의 주차문제는 곧 심각한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학교 측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서로 자기 권리만을 내세우고 있는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만간 연구원 등 일부가 새 숙소인 낙원아파트로 주거지를 옮기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무대책이나 다름이 없다. 이용 당사자인 대학원아파트 입주자와 차량 소유 학생들과의 대화의 장을 만들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비단 대학원아파트 주차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찾아와 학교 내 아름다운 정경을 즐기려 많은 지역 주민들 및 외부인들이 우리 학교를 찾고 있어, 지곡회관 주변 주차장은 오후 시간이면 매번 차량 과잉을 넘어서 자동차 공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의 심각한 차량 문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차량통제를 하거나 차량통행 정리를 하려는 조치는 미미하다. 한때 말이 많았던 장기주차차량 단속도 이미 흐지부지해져 버린 상태이다. 지곡회관이 지역민들과의 공유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외부에서 몰려드는 차량 때문에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쾌적하게 살 권리까지 침해당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언젠가부터 학생들 사이에서는 “주차정책이 바뀐 후에도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듯 지난 가을부터 시행되었던 주차관리제도의 결과는 주차지역에 따라 너무도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업무 및 연구 지역의 주차문제는 해결이 되었지만, 학생들의 또다른 주생활공간인 주거지역의 주차문제는 무책임하게 내버려져 있다. 그만큼 정책시행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구성원들의 불만을 감수해가며 시행되었던 제도인 만큼 더욱 일관성있게 운영되었어야 할 제도가 벌써부터 부분적으로 그 본의가 흐려지고 있다. 구성원들로부터 표면적인 불만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학교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차 문제가 주차관리제도로 ‘해결’되고 ‘정착’되었다기 보다, 그저 ‘잠복’해 있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 측에서는 주차관리제도의 미비점을 재점검하고, 대학원아파트, 지곡회관을 비롯한 학생 주거지역 주차문제의 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