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문화프로그램 진단 - ‘진수성찬’ 외면하는 구성원들의 무관심
[기획취재] 문화프로그램 진단 - ‘진수성찬’ 외면하는 구성원들의 무관심
  • 임강훈 기자
  • 승인 2001.1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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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에서는 매주 목요일이면 대강당 혹은 중강당에서 목요문화행사가 열린다. 지방에 위치해 있고, 구성원 대다수가 모두 교내에서 생활하는 공과대학이라는 우리학교의 특성상, 부족해지기 쉬운 문화적 소양을 기를 수 있게 하기 위해 1987년 3월에 문화프로그램위원회가 발족되었고, 이후 매주마다 문화행사가 치뤄지고 있다. 매년 8차례 대강당에서는 영화상영도 이루어진다. 또한 학생들이 한학기 동안 문화프로그램을 관람하는 것을 ‘문화콜로퀴움’이라는 필수학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행사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문화콜로퀴움도 학생들의 문화적 소양을 기른다는 좋은 취지에서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적극적인 참여를 기피하고 있는 학생들을 ‘반강제’로라도 행사장에 오게 만들기 위한 제도로서의 측면도 크다.

사실 우리학교에서 지금과 같은 수준의 문화프로그램을 준비하는데에는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대학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저명 인사를 초청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지방에 위치에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제약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초청자들이 수도권 내지는 멀리 떨어진 대도시에 살기 때문에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을뿐더러 거의 대부분의 경우 초청한 사람들의 숙박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의 문화프로그램의 수준은 국내 어느 대학과 비교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더 증대해야 할 필요성도 있지만 매년 약 1억원의 예산이 문화프로그램을 위해 쓰이고 있으며 행사의 내용면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 다양성에 있어서도 연극, 오페라, 연주회, 무용, 가수초청 공연 등과 인문겭英맨 강연 및 경영학 강좌 등 해마다 여러 장르의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개인 및 가족 회원제가 적용되고 있는 현재 문화프로그램의 교내회원 수는 학생 약 400명, 직원 약 300명 가량이다. 그런데 공연 및 강연에 참여하는 관객의 수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할 때가 대부분인데 그나마도 절반 정도는 문화콜로퀴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다. 그만큼 구성원들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외부인 회원은 고작 40여명에 불과하다. 학교에서는 매번 곳곳에 현수막 설치를 하는가 하면 가까운 병원이나 관공소에 홍보책자를 배부하는 등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그러한 노력에 비해 회원수가 너무나 적다.

지역의 문화적 낙후성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도 작지 않다. 부모님을 따라온 어린 아이들이 소란을 피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빈번히 있는 일이고, 출연자의 지명도에 따라 참석하는 관객들의 수에 큰 변동이 있기도 한다. 저명한 사회학자를 초청한 강연에서는 중강당에서도 항상 빈자리가 많이 남는 반면에, 대중적인 명성이 높은 음악가들이 공연을 왔을 때에는 대강당에 빈 좌석이 하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을 때도 있다. 교내 구성원들의 경우에도 대중적 유명인사가 오거나 관객의 즐거움에 초점을 둔 공연 이 있은 후에는 교내 BBS를 통해 그에 대한 감상 등의 글이 많이 올라오는 반면, 훌륭한 연사로부터의 명연이 있은 후에는 거의 아무런 반응도 볼 수 없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이러한 참여 부족은 현 제도의 미비점이나 홍보 방식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다. 많은 학생들이 “문화콜로퀴움을 들으면 무료인데 뭐하러 회원에 가입을 하느냐” 라는 이유로 회원가입을 기피하는가 하면, 좋은 문화행사가 있어도 정확한 시기를 몰라서, 심지어는 그러한 행사가 있는지조차 몰라서 그것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외부 회원의 수가 그토록 적은 것도 학교에서 펼치는 홍보활동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측면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참여율의 향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과 새로운 홍보 방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구성원들의 관심 부족이다. 구성원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어렵지 않게 문화행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지원팀 김덕수씨는 “앞으로도 계속 더욱 다양하고 질높은 문화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관심부족으로 문화프로그램이 제 값을 못하는 때가 많은 것 같다” 며 학생들의 참여 부족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따금씩 교내 BBS를 통해 지방의 문화적 낙후성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글들이 올라오곤 한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학교에서 애써 마련해놓은 문화적 혜택은 그냥 발로 차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변 환경을 탓하기에 앞서 학교에서 제공하는 문화행사를 적극 활용하고 우리들 스스로 앞선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지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