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캠퍼스 환경문제 진단 - 최적의 환경유지정책이 ‘환경불감증’ 만연 원인
[기획취재] 캠퍼스 환경문제 진단 - 최적의 환경유지정책이 ‘환경불감증’ 만연 원인
  • 임강훈 기자
  • 승인 2001.10.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대학은 전국에서도 캠퍼스 환경이 쾌적하기로 손꼽히는 대학 중의 하나이다. 해마다 교육여건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도 환경적 요소에 의한 영향이 작용한다고 할 만 하다. 그러나 이러한 캠퍼스 환경이 과연 구성원 개개인의 의식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 대학은 대학내 구성원들이 장난끼 섞어 ‘청소중심대학’이라고 부를 정도로 대학 차원에서 청결한 교내 환경 유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위해 아침 일찍 강의실로 달려가다 이른 아침부터 교사지역을 말끔하게 쓸고 닦고 있는 청소부 아주머니들을 보는 것은 아주 흔한 광경이다. 50명의 청소 전담 용역직원들이 매일마다 5만여평에 달하는 면적을 구석구석 먼지 하나 없이 청소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내 매점에서는 껌을 판매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환경 유지 정책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 배출량을 살펴보면 우리 대학을 환경’친화’적인 대학이라고 칭하는데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지난 1월부터 8월달까지 8개월간 우리 대학에서 배출된 쓰레기량은 특수처리가 필요한 각종 실험 폐기물과 교내식당 음식쓰레기가 제외된 일반 쓰레기만 약 436톤에 달해 매달 50톤이 넘는 일반쓰레기가 포항시 쓰레기 매립장으로 보내진다. 우리 대학에서 쓰레기 처리에 소비하는 예산 규모는 무려 연간 8억7천만원으로 서울대(17억여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학생 수와 시설 규모를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이 소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우리 대학의 쾌적한 환경은 쓰레기의 배출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배출되는 쓰레기의 빠른 처리에 있다고 하겠다.

우리 대학의 쓰레기 재활용 상황 역시 내세울만한 것은 못된다. 대학 건물내 대부분의 경우 종류별 분리수거가 가능하도록 쓰레기통이 준비되어 있기는 하나 학생들이 분리수거를 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가 못하다. 게다가 분리수거가 가능한 쓰레기통 바로 옆에 대형 쓰레기 통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은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또한 학교에서 자체 개발해 특허까지 얻은 캔 압축기는 학생들의 잘못된 사용으로 고장나기가 일쑤여서 제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다. 생활쓰레기의 대부분이 배출된다 할 수 있는 기숙사의 경우 입구에만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어 학생들의 생활쓰레기가 분리수거 되는 비율은 매우 저조한 편이다. 이러한 경우 청소아주머니들이 일일이 분리수거를 한다고 한다. 인건비 낭비도 문제지만 마구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사람의 손으로 걸러낼 수 있는 분리수거량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렇듯 우리 대학의 자랑인 깨끗한 주변환경은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에 의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학생들 중에는 우리 대학의 완벽(?)한 환경 정책 때문에 ‘쓰레기 불감증’에 걸려 있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컵라면을 먹고 정수기에 국물을 버리는 사람, 휴게실에서 야식을 시켜먹고 치우지 않은채 가버리는 사람, 작은 일에도 화장실에 비치된 화장지를 마구 써버리는 사람, 음료수 캔이나 병을 강의실에 두고 나오는 사람 등이 바로 그러한 불감증에 걸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주변 환경이 깨끗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남에게 보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꾸며진 것이라면 오히려 더 부끄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진정한 환경친화적 교내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눈가림식의 정책보다는 대학 구성원 하나하나가 환경을 생각할 줄 아는 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또한 그래야만이 구성원들의 ‘잠든’ 의식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