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쥐재] 중앙일보 대학평가와 우리 대학
[기획쥐재] 중앙일보 대학평가와 우리 대학
  • 임강훈 기자
  • 승인 200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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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중앙일보에서 시행하는 전국 대학평가의 결과가 발표되고 전국 120여개의 대학에 일제히 순위가 매겨진다. 항상 순위를 꾸준히 지켜나가는 대학, 순위를 박차고 올라오는 대학, 상대적으로 평가순위가 낮아지는 대학 등 해마다 다양한 기준에 의해 지난 1년동안 대학들 사이의 경쟁의 결과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각 대학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게 되기도 한다.

중앙일보가 1994년 처음 이러한 대학 평가를 실시한 이래 우리대학은 언제나 카이스트와 항상 1,2위를 다퉈오고 있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는 4년째 2위 자리만을 고수하고 있어 올해도 2위를 했다는 소식은 대학 구성원들에게 반갑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물론 그것으로도 우리 대학의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데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지난 총 8차례의 평가 결과를 종합해 보면 우리 대학은 단 한차례 2위를 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최상의 교육여건을 가진 학교로서 평가를 받아왔다. 우리 대학이 카이스트에 뒤이어 줄곧 2위에 머무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평가에서 카이스트는 교수연구, 재정의 2개부문에서 1위를, 우리 대학은 교육여건, 정보화, 개선도, 재정(사립대) 등 4개부문에서 1위를 하였다. 하지만 교수연구부문에서의 격차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의 주요한 원인으로 학생수를 들 수 있다. SCI, 지적재산권 등의 주요 평가지표는 교수당으로 계산을 하지만 그 뒤에서의 대학원생의 역할은 통계에 감안되지 않는다. 본교의 대학원생이 1,400여 명이고, 카이스트는 4,200여 명으로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지난해 3위에 그쳤던 것에 비해 서울대를 제치고 2위 자리를 되찾기는 했지만 과기원과의 격차는 줄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교수연구부문의 평가 점수는 총점 500점 중 160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작년에 비해서도 10점이 늘어나 그 가중치가 더해졌다. 교수연구부문의 평가 기준 중 우리 대학은 교수당 국내외 논문 게재수나 최근 5년간 SCI 10회 이상 피인용 수, 최근 3년간 지적재산권 등록수 등에서 카이스트에 비해 양적인 측면에서 뒤떨어졌다.
이번해 평가에서 중앙일보에서는 순위만을 밝힐 뿐 자세한 점수 격차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이전의 자료들과 비교할 때 이번에도 교수연구부문에서 우리 대학의 양적 측면의 약세가 순위 선정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교수당 외부지원 연구비 수주액이나 SCI, SSCI 교수당 피인용 수 등에서는 우리 대학이 카이스트보다 앞서 질적인 측면에서는 카이스트에 뒤지지 않음을 나타내 주고 있다.
99년까지 재정겙嚥?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던 우리 대학이 BK21 사업 이후 타 대학과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지난해부터 카이스트보다 비교우위가 낮아진 것도 또다른 이유로 풀이된다. 그러나 재정부문에서도 운영비나 시설비 같은 종합대학에 유리한 규모적 측면의 반영으로 우리 대학에 불리하게 작용한 요소도 많아 보인다.
우리 대학에서는 이번 대학평가가 있기 전 중앙일보에 교수연구부문 평가에 좀더 공평하고 질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생당 지수에 근간에 둔 평가를 확대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이번 평가에 충분히 반영되지는 않은듯 하다. 또한 인문사회부문 평가에서도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평가가 미흡하였다. 중앙일보측은 이번 대학평가에서 양적인 성장보다 실질적 경쟁력 측정에 주력하였다고 말하고 있지만 교수연구부문의 평가에서는 특별한 변화는 없어보인다.
그렇다고 그러한 평가 기준만을 탓할 수는 없다. 우리 대학이 수년째 교수연구부문에서 카이스트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학생수의 증가에 비해 전임교수의 증가가 미약해 교수당 학생수, 교수 확보율에 대한 지표가 계속 하락하고 있고, 이것이 연구지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수 전임교원 및 연구인력 확충과 이에 필요한 제반제도의 개선을 통해 소수 정예를 표방하는 우리 대학의 특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평가가 단지 대학에 순위를 매기고 대학 간에 격차를 두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전체 순위가 몇위냐에 집착하는 것은 분명 의미없는 일이다. 더욱이 평가기관과 평가기준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나므로 어떤 평가결과도 절대적 지표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대학평가를 통해 얻어야 할 것이 있다면, 대학 내부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우리 대학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타 대학과의 경쟁을 통해 더욱 발전해갈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삼는 것이다. 이번 중앙일보 전국 대학평가에 대해서도 단지 순위가 몇 위인지에 집착하는 평가 지상주의에 빠져들지말고, 우리 대학이 가진 장점을 더욱 더 살려나가고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