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학점’과 ‘취미활동’에 밀려나는 학생 연구활동
[기획취재] '학점’과 ‘취미활동’에 밀려나는 학생 연구활동
  • 임강훈 기자
  • 승인 2001.09.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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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어공학 연구 동아리 파워온의 동방 내부 모습
우리 대학은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는 대학이다. 그에 걸맞게 대학 내 여러 연구실에서 수많은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성과도 풍성하다. 하지만 대학 차원에서의 업적에 비해 학부생들의 연구활동은 그리 알려져 있지않다.

우리 대학에서는 연구참여라고 해서 강의수강 형식으로 일정한 학점을 부여하여 학부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연구실에 찾아가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참여를 통해 학부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에 미리 참여해 봄으로써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학부생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출해 연구분야로서의 가치가 인정되면 학교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아 그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학생연구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미국 MIT공대에서 처음 실시한 것으로 점차 연구중심의 이공계 대학으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우리 대학에서는 지난해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에 학생연구프로그램을 처음 시행했을 때에는 각 학과별로 추천 학생을 받아 상당히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지난해에 비해 학생들의 참여가 매우 저조한 편이다. 올해 우리 대학에서는 학부생 연구를 위해 약 30여 개의 연구지원이 가능토록 예산을 책정하였으나, 현재 그러한 지원을 받고 있는 경우는 10건 정도 밖에 없다고 한다. 그만큼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의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아리활동을 통한 학생들의 연구활동 참여는 어떨까? 현재 우리 대학에는 UNIX 보안연구동아리인 플러스와 로봇축구 등 각종 제어공학을 연구하는 파워온, 벤처연구동아리인 VIP, 온라인게임제작 동아리 넷프리 등 여러 학술동아리들이 있다. 플러스의 경우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컴퓨터보안 관련 동아리 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어, 외부 업체에 의뢰를 받거나 동아리 자체에서 제작한 책자가 타 대학 학생들에게 교재로 쓰이는 등 여러가지 좋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신입생 선발에 어려움을 격고 있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이름만 보고 가입을 했다가도 직접 연구에 동참하면서 어려움을 느끼면 금새 탈퇴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학술동아리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는 경험 많은 고학년 남학생들이 특례를 가는 경우가 많아 인력의 부족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동아리 차원의 연구활동에 있어서는 참여 학생의 부족만이 문제는 아니다. 전문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로 지원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경우 동아리 내에서 거의 모든 것을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로봇연구 동아리 파워온에서는 비싼 기자재 구입에 필요한 대부부의 비용을 동아리 회원들의 사비에서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로봇축구대회 참가를 위해 학교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지속적인 연구를 해나가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게임제작 동아리인 넷프리의 경우 그래픽이나 사운드를 개발할 인력이 필요한데, 우리 대학의 특성상 그러한 방면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넷프리처럼 신생 동아리 축에 드는 VIP 역시 고학번 선배들이 대부분 병역특례를 가버린 상황에서 현 회원들만으로 이끌어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명칭은 대학원이나 각종 연구소들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닌 진정한 창의성 개발을 통한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학부생들의 연구활동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지금 우리 대학의 학부생들은 너무 학업에만 쫓기어 다른 연구활동에 참여할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적극적으로 자기 분야를 개척하려는 학생들의 자세가 가장 요구되겠지만, 학생들이 좀 더 자유롭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조성도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대학에서는 내년부터 학생연구프로그램에도 담당교수를 배정하여 좀더 활발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학교 차원의 연구를 벗어나 학생들이 자신들의 관심 분야에 더욱 정진할 수 있도록 동아리 차원의 아마추어 연구에도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