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kg의 무게로 세상을 받드는 미지의 소우주 탐험
1.5kg의 무게로 세상을 받드는 미지의 소우주 탐험
  • 고득수 / 물리 교수
  • 승인 2002.09.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무한한 공간의 뇌
인간의 두뇌는 지구상에서 - 아마 우주에서도- 가장 복잡한 시스템으로 근본적인 구조는 유전정보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세부적인 회로구성은 환경 요인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두뇌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들- 예를 들면 감각정보 처리와 판단, 그리고 근육 또는 호르몬 분비 등을 통한 주변 환경에 대한 적절한 대처-에 더해서 기억, 감정, 언어, 사고 등의 여러 종류의 인지 작용을 수행한다. 인간의 뇌는 동물의 뇌에 비해서 후자의 기능이 특히 발달되어서 이를 통해서 인류의 문화와 과학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두뇌작동방식의 특성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또 다른 정보처리장치인 컴퓨터와 비교하여 보자. 이들 두 시스템은 그 기능과 구조가 유사한 면도 있지만, 오히려 차이점을 더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유연성이라고 하겠다. 인간의 뇌는 약 1.3 내지 1.5 kg의 무게를 가지며 약 천억 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구조를 수십만년 동안 유지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렵위주의 원시시대에서부터 현대문명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적절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놀라운 유연성은 두뇌의 연산소자인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이 환경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컴퓨터는 개발된 지 수년이 지나면, 필요한 요구를 더 이상 충족시키지 못하고 폐기 처분된다. 신경세포의 연산속도는 수십 Hz정도로서 수 GHz에 달하는 컴퓨터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병렬연산 방식과 하나의 신경세포가 천 개 이상의 다른 세포와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복잡성으로 인해서, 감각정보 처리, 판단 등에 있어서는 훨씬 우월한 기능을 보이고 있다.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인 뇌

컴퓨터공학에서는 신경세포의 연산방식을 일부 모방하기 위해서 학습능력을 갖는 인공 신경회로망(neural network)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신경망은 소프트웨어 형태로 동작하는데 지속적으로 주어지는 정보를 이용하여 형식 뉴런 사이의 결합강도를 변화시켜 준다. 이를 통해서 정보가 회로망에 저장되고 여러 형태의 인풋을 주어서 회로망을 학습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인공 신경망은 실제 뇌가 하는 몇 가지 기능들을 모방할 수 있고, 이러한 모델은 역으로 실제 신경세포간의 연산 방식을 추측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두뇌를 연구하고 그 지식을 응용하는 학문을 뇌과학 이라고 정의를 해볼 때, 뇌과학은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크게 세 분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뇌의 생물학적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신경생물학이 중심에 있고 여기에서 얻어지는 지식을 공학과 컴퓨터에 응용하는 뇌공학, 그리고 뇌와 관계된 질환 치료를 목표로 하는 뇌의학이 있다. 뇌의 정상적 동작원리를 아는 것이 두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 즉 정신질환 또는 뇌질환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물론 반대 방향의 기여도 만만치 않다. 질환을 통한 뇌기능의 장해를 관찰하고 연구해나가는 과정에서 뇌 특정부분의 본래의 기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두뇌가 엄청나게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이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분자생물학, 생화학적 방법과 더불어 생물물리학적 방법들을 응용하여 뇌에 대한 이해는 급속도로 발전하여 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는 특정 신경세포의 기능 또는 신경망의 특성조차 정확히 해석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두뇌 연구가 인간 자체의 이해와 직결되며, 뇌 연구의 공학과 의학 분야에서의 다양한 응용성을 인식하고 점차 많은 인력과 자원을 뇌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를 ‘Decade of brain’으로 규정하고 미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기초연구와 뇌의학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뇌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적인 지원을 지속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에 뇌연구 촉진법을 국회에서 설립하여 10년 동안 뇌연구 과제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대학에는 뇌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그룹이 물리학과, 생명과학과, 컴퓨터공학과, 산업공학과, 전자전기공학과 등에 분산되어 있고, 1998년 뇌연구센터를 설립하여 정보교환과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학제간 프로그램인 뇌과학 석/박사 협동과정을 설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학제간 연구가 강조되는 뇌과학 연구

이처럼 뇌과학은 다양한 학문분야가 함께 연구하고 협력해야 하는 분야이다. 협동 연구를 위해서는 각 전공분야에서의 연구방법을 잘 습득하는 것은 물론, 관련분야에 대해서도 적절한 이해가 필요하다. 뇌연구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있다면, 전공을 불문하고 우선은 생물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습득하고 뇌신경생물학을 공부하여야 한다. 관련된 과목으로는 일반생물학, 세포학, 생리학, 신경생물학(이상 생명과학과 개설), 신경생물물리학 그리고 뇌과학(이상 물리학과 개설)을 들 수 있다. 뇌과학 연구의 또 다른 흐름인 컴퓨터, 수학, 물리학적 접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기회로 이론, 컴퓨터/전산 개론, 제어이론, 논리이론, 전자기학 관련 과목들을 수강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