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의 성과로 알아본 세계 과학기술계의 동향
2001년의 성과로 알아본 세계 과학기술계의 동향
  • 정혜경 / 인문사회학부 강사
  • 승인 2002.0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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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회째 노벨상의 해이기도 한 지난 2001년의 세계 과학기술계는 제분야에 걸쳐 중요한 성취와 발자취를 남겼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작년 2001년의 과학기술계에서의 중요한 발전과 발견들에 대하여,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들에 한해서나마 개관을 펴는 것이 과학기술의 세계적인 동향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향방을 예측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재작년에 이어 작년 역시 유전학 분야의 획기적인 진보가 학계와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핵이식(클로닝)을 이용한 최초의 인간배아와 역시 처음으로 유전자 조작에 의해 탄생된 영장류인 아기 레슈스 원숭이 ‘ANDi(DNA를 거꾸로 하여 만든 이름)’가 이슈가 되었으며, 유럽의 연구팀들은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이용하여 멸종 위기에 있는 종의 복제를 시도하기도 했던 한 해였다. 이외에, 유전공학과 관련하여 가장 뜻깊은 일은 예정보다 앞당겨진 게놈프로젝트 최종결과의 발표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유전자는 당초에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적은 26,000개에서 40,000개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물리학 분야에서는 이른바 스핀(Spin)공학의 등장이 주목을 받았다. 헤어 드라이어기로부터 가정용 게임기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전자장치의 대부분은 전자(Electron)의 음전하적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이러한 전하 이외에 전자의 또다른 기본적인 특징인 Spin 개념의 응용이 전자장치산업의 완전히 새로운 틀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되어, 작년 한해 동안 반도체에서 스핀 분극전류를 만들어 낸다든지 한 반도체에서 다른 반도체로 전자 스핀을 옮긴다든지 하는 여러가지 기술이 개발되었다.

의학분야와 관련한 사건으로는, 한 마리의 돼지로부터 시작되어 영국 전역을 휩쓸고 유럽대륙에까지 확산되어 수백만 마리의 동물을 전염시킨 구제역의 발생과, 최초로 로봇을 이용하여 뉴욕의 의과의사가 7000km 떨어져 있는 프랑스 환자의 쓸개를 제거한 원격 수술의 성공사례 등이 있다.

이외에도, 플라시보 위약(僞藥) 효과(주: 암시에 의한 환자의 만족을 목적으로 투여되는 무효의 약제)의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고, 뇌의 기능장해를 일으키는 헌팅턴병의 원인이 상당부분 규명되어 그 치료제 개발의 전망이 밝아지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생물학 분야에서는 페로몬에 대한 반응이 인간두뇌에서도 일어난다는 증거가 포착되었다. 같은 종(種)에 속하는 다른 개체로부터의 독특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개체간의 통신수단으로 사용되는 페로몬의 비밀이 그 동안 다람쥐 및 돼지의 경우에만 규명되었던 것을 뛰어넘은 것이다.

천문학의 경우는 어떤가? 2001년은 슈메이커(NEAR Shoemaker) 인공위성이 2월 13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소행성 ‘에로스’(asteroid 433 Eros)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해이기도 하다. 에로스 소행성이 대중의 관심을 받았던 이유 중의 하나는 영화 ‘Deep Impact’나 ‘Armageddon’에서 보는 것과 같은, 소행성의 지구 충돌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또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우주의 신비한 물질인 암흑물질(dark matter)의 기원과 그 형태에 대한 규명이 이루어지기 시작되어, 우주의 기원에 대한 또하나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그 이외에도, 전하가 없으며 질량이 거의 없는 소립자의 한 종류인 중성미자 Neutrino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태양 중심부에서 핵융합으로 생성되는 중성미자의 60%가 지구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형태가 변화하는 것에 착안하여 중성미자가 실제로 질량이 있다는 이론이 발표되어, 물질의 구성에 대한 새로운 규명이 시도되는 한편 기존 입자물리학의 표준이론이 수정되기도 했다.

공학의 경우, 미국 9.11 테러에서 폭파된 세계무역센터의 복구를 위해 모인 토목구조공학자들은 화염에도 견딜 수 있는 세계 최고층의 마천루 건축을 기획하였고, 테러의 여파로 생화학무기의 중요성이 재인식되면서 사린 신경가스가 다시금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이 가스에 일단 중독되면 동공이 수축되고 마비되어 질식된다. 한편 Code Red 바이러스가 네트워크를 타고 확산되어 수십만 사용자들의 PC를 손상시키는 등 IT 업계에서도 재해가 있었다.

100번째 노벨상의 의미도 크다. 화학분야에서는 특별한 촉매를 이용하여 이성질체 가운데 어느 한쪽만을 원하는 대로 만드는 획기적인 방법, 즉 비대칭 합성법이 개발되어 의약품이나 향료 등 폭넓은 물질의 합성 응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물리분야에서는, 절대 온도에 가까워지면 원자가 응축되어 버린다는 ‘보즈-아인슈타인(BE) 응축’이 알칼리 원자 가스를 통해 구현되어, 나노테크놀로지를 발전시킬 원자 레이저가 이 현상을 응용해 실현될 가능성이 열렸다. 의학 및 생리학 분야에서는 세포분열의 주기를 제어하는 인자가 발견되어 암세포의 염색체 수가 증감하는 메커니즘이 해명되었을 뿐 아니라 암의 진단이나 치료에 이르는 기초가 닦이게 되었다.

종래의 이념 위주의 패러다임을 대체한 과학기술경제 위주의 패러다임이 갈수록 강화되는 이 시점에서 각국의 과학기술계의 움직임은 이처럼 발빠르고 현란하다.

이에 국내에서도 과학기술계의 인적ㆍ물적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도적 정비를 통하여 국가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노력이 지난 한해 동안 계속되었다. 정부와 민간기업의 연구개발비(R/D)의 지속적인 증가와 더불어, 이른바 7T(IT, BT, ET, CT, NT, ST, RT)를 포함한 첨단과학분야의 선택과 집중의 정책, 그리고 첨단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정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인상적인 한 해였다. 또한 중앙과 지방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시민들의 비판적 문제 제기와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반성 역시 개진되었다.

이제 세계 과학기술의 추세에 충실하면서도 과학선진국이 간과할 수 있는 틈새 연구프로젝트를 보강하고 개발하는 과학기술전략에 근거한 국가발전 시스템을 구축하여, 21세기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세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마음과 자세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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