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기]소수정예교육 추구하는 칼텍
[미국 방문기]소수정예교육 추구하는 칼텍
  • 박종훈 기자
  • 승인 2004.09.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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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학문 분야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 넘쳐
대학발전과 뛰어난 연구성과 위한 구성원간의 협력과 합리적인 대학운영 돋보여
소수정예 교육으로 우리학교의 모델이 된 칼텍

칼텍의 역사는 1891년에 설립된 캘리포니아 파사데나 시의 Throop university라는 이름의 기술대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립 이후, 우수한 인재들로 구성된 연구기관으로 발전해나가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면서 당시 Throop university는 과학과 공학분야 만을 남기고 다른 교육과정을 과감히 없앤다. 이후 이러한 특성화와 함께 작은 학교의 규모를 이점으로 삼아 더욱 우수한 학생을 키우겠다는 교육철학을 확립하게 된다. 우리대학이 본보기로 삼은 칼텍의 소수정예교육에 대한 철학은 바로 이 때 세워졌다고 할 수 있다.

1920년 이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밀리칸(Millikan)을 비롯한 저명한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칼텍으로 옮겨오면서,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상당한 규모의 재정적 지원을 마련하게 된다. 이후 칼텍의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성과는 이러한 배경에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칼텍의 학부교육

일반적으로 미국 이공계열의 대학입시에서는 칼텍 학부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입시 점수가 가장 높다고 한다. 미국 대학 중에서도 칼텍은 대학 특성에 맞는 학생들을 가장 잘 선별해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칼텍은 학부 지원자들에게 고교과정에서 우리대학의 Calculus 수준의 수학을 공부해둘 것을 강하게 추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부과정 신입생 때부터 대학원 수업을 수강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어, 학생들이 원하는 수준의 교육을 앞당겨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인 차이만이 아니라 칼텍의 학부 학생들의 자신감 또한 한국의 대학문화와는 다른 중요한 점이라고 칼텍의 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는 김성지 씨는 말했다. 피교육자인 학생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강의에 임하는 교수들의 자세를 좀더 긴장시키고 결과적으로 좋은 학업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얘기다.

그리도 또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칼텍의 학부졸업생들에게 되도록 다른 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을 권장한다는 것이다. 한 해에 10% 내외의 칼텍 학부 졸업자만이 칼텍의 대학원 과정에 진학하는데 이것은 소수의 인원으로 우수한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좀 더 많은 곳에서 실력을 보이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칼텍이 갖고 있는 ‘집중된 교육으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교육철학에 대한 소신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뛰어난 수준의 인문사회과학부

작은 규모인데다 자주 수업에 대한 불만이 불거지는 우리학교의 인문사회학부를 떠올리고는, 인터뷰 차 만난 학부 총학생회(ASCIT) 회장 Galen Loram에게 칼텍의 상황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마도 다른 대학과 비교했을 때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며 특히 경제학과의 경우, 미국 전역의 경제학과 중에서 10위 이내에 드는 수준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칼텍 인문사회과학부에서는 두 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현재 20명이 넘는 정교수가 이공계열과 마찬가지로 학문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칼텍의 인문학부는 문학, 역사, 철학, 정치학, 심리학, 법학, 사회학 그리고 어문학부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학제간 연구가 필요한 경우에 인문사회과학부에 연구자를 받아 칼텍의 이공학부와 연계된 학문활동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자치활동과 대학 내에서의 역할

대학 구성원으로서의 학생을 미국 대학들에선 ‘Student Body’라고 부른다. 그리고 학생들의 권익을 위해 학생의 자치활동이 이루어지는데, 칼텍의 경우에도 학생들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과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들을 담당하는 학생회가 구성되어 있다. 주로, 학생의 수업권을 위한 강의평가제도 관리, 우수한 강사와 조교 선정 등이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이루어지는 활동이며 학생회 아래에 학부 신문사를 두어서 신문을 발행하는 등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칼텍의 학생자치활동은 우리대학의 상황에 비해 훨씬 활동적인데, 일반적으로 자치활동에 익숙하도록 학생을 교육하는 미국의 문화에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직접적으로는 미국 대학들은 학부 시절의 다양한 활동을 권장하고 또 그러한 활동경험을 가진 학생을 더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대학원 진학에 있어서 학생자치활동 경험과 같은 경력이 매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도 그러한 활동에 더욱 적극적이라고 하며, 작년의 총학생회장 선거에 3명의 후보가 입후보하였으며, 보통 3-5명의 후보 중에서 한명의 총학생회장이 선출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라고 한다. 칼텍의 학부 학생수가 1천명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상기할 때 우리 학교와는 매우 대조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칼텍의 학생회장 Galen은 “이러한 경력은 유럽이나 미국의 대학원에 진학할 때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학원 학생회도 대학원생의 클럽활동 및 외국인 대학원생 학생회 지원, 랩 평가제도 시행, 학술활동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대학원생의 연구활동을 자체적으로 돕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학내의 정책결정이나 주요 사안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 반영 경로가 명시적으로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주요한 학내의 정책결정을 하는 ‘Faculty Board Meeting’(우리학교로 치면 학사위원회)에서 학부와 대학원생 학생회장 모두에게 발언권이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학생회장의 발언에는 특별한 구속력은 없지만 학내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중요한 참고사항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이에 대해 대학원 학생회장인 Amir는 “만약 교수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싶다면, 반드시 우리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치려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학부의 학생회장은 총장선임위원회의 구성원으로 1-2명의 학생을 추천할 수 있다는 점도 학내에서 학생자치활동이 얼마나 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칼텍의 명예제도

칼텍에서는 명예제도가 단순히 시험기간의 부정행위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칼텍의 공동체 내에서 그 구성원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으로 학내의 모든 구성원에게 해당되는 것이 바로 이 칼텍의 명예제도이다. 이것은 연구자들끼리 서로 믿고 자유로운 연구활동을 보장하는 것과 학업에서의 부당한 학점 취득을 막는 것 그리고 교수가 연구자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특히, 학업에서의 명예제도 준수에 대해 전년도 명예제도위원장이었던 Galen은 “학업을 수행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명예제도를 함께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칼텍 방문을 마치고…

칼텍이 있는 파사데나 시를 처음 방문했을 때, 한적하고 깨끗한 주거촌이 우리학교의 주변환경과 매우 비슷한 것을 보고 놀랐다. 학교의 성격이나 전체적인 분위기 등이 우리학교와 칼텍이 너무나도 닮은 꼴이었기 때문이다. 칼텍을 모델로 설립된 우리대학이 성공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확인한 것 같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칼텍에 우리대학이 아직 지니지 못한 모습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우선, 칼텍을 떠나올 때 ‘Red door cafe’ 앞에서 대학원생과 연구원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연구에 대한 열띤 토론은 사뭇 폐쇄적인 우리학교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학업을 수행하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참신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대학이 가진 교육철학에 대해 확신을 갖고 그것을 실행해 나가기 위해 학문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을 바탕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무엇보다도 우리대학에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소수정예’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교육철학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 그에 따른 대학의 발빠른 변화는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지에 대한 적극적인 도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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