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안숙선과 함께하는 우리소리 한마당’을 보고
‘명창 안숙선과 함께하는 우리소리 한마당’을 보고
  • 방지수/화공 05
  • 승인 2006.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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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리의 재발견
‘명창 안숙선과 함께하는 우리소리 한마당’은 거문고산조, 육자백이, 춘향가 그리고 창극 홍보전 등 다양한 우리의 소리를 한 무대에서 들을 수 있는 공연이었다. 나는 화려하고 경쾌한 가야금은 여성이, 깊이 있고 무거운 거문고는 남성이 연주하고 그래야 제 멋이 난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거문고는 여자 분이 연주하셨다. 거문고의 줄이 한 줄 한 줄 퉁기면서 울리는 소리는 몸의 호흡과 잘 맞아 마음까지 울렸다.
고향이 전라도인 나에게 전라도의 민요, 전라도 사람의 목소리로 불려야 제 맛이 난다는 육자백이 공연은 무척이나 친숙하게 다가왔다. 세 분이 돌아가면서 육자백이를 부르셨는데, 그래서인지 육자백이의 다양한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육자백이는 선조들이 나무하러 갈 때 부르던 노래라고 한다. 노래는 느리지만, 이러한 곡의 변화가 일의 고단함을 덜어주고 일상의 지루함을 잊게 해주는데 충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춘향가의 한 대목을 안숙선 명창께서 열창하셨다. 창을 하는 부분은 알아듣기가 난해하였지만, 아니리를 보면서 이야기를 조금씩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기분이었다. 공연에서 몽룡의 질문과 방자의 재치 있는 대답은 판소리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 중 하나가 언어유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내가 기억하는 춘향가의 언어유희는 “서방인지 남방인지 걸인 하나 내려왔다”는, 책에서 접했던 구절이 전부였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더욱 다양한 언어유희를 접함과 동시에 언어 교과서 공부를 하면서 지금까지 재미없게만 생각했던 판소리가 이렇게 즐기면서 관람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창극 홍보전의 한 대목인 화초장은 조그마한 뮤지컬을 연상케 했다. 역할을 맡아 연출하는 배우들이 있었고, 배경 음악 대신에 고수의 추임새와 거문고 소리가 있었으며, 뮤지컬 배우의 대사와 노래는 창과 아니리에 대응시킬 수 있었다. 놀보를 맡으신 분이 놀보의 심보를 보이는 연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면서 극의 재미는 두 배가 되었다. 지루하다고만 생각해 왔던 우리의 소리로 만들어진 창극을 서양의 뮤지컬보다도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지금까지는 무관심해서 몰랐지만, 문득 정서가 다른 서양의 뮤지컬보다는 우리의 정서에 어울리는 창극을 보는 것이 더욱 즐겁고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우리소리 한마당 공연을 통해, 그동안 선조들이 이룩해 놓으신 음악과 예술에 너무 무지했던 점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에게 맞는 음악은 역시나 우리 정서에 맞는 음악이다. 서양의 예술이 넘치는 세상에서 우리의 예술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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