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건 교수(신소재)가 들려주는 나의 대학시절
이해건 교수(신소재)가 들려주는 나의 대학시절
  • 정리 / 나기원 기자
  • 승인 2004.1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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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여가 있을 때? 학업 이외 활동에 푹 빠져···
우정 다지고 다양한 인생경험과 함께 실력 쌓길”
대학생으로서의 학업은 어땠는지

-고등학교 때는 공부 깨나 했습니다. 부모님이 의과대학 가라는 걸 용감하게 뿌리치고 자존심을 살려서 그 시절 더 가기 어렵던 공과대학에 갔습니다. 어느 학과에 갈까 고민하던 참에, 생물학과 교수시던 친구 부친의 “중공업 예찬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아 그 친구와 나는 자신에 차서 금속공학과로 정했습니다.

대학에 들어 가자마자 술 담배는 quantum jump로 늘었습니다만, 공부는 시들해 졌습니다. 이런 데 들어오려고 그리도 애를 썼나 서글픈 생각이 든 것이 이유 중의 하나요, 가난한 집안 사정에 입학하기도 전에 가정교사부터 시작한 것이 또 하나의 이유요, 감당 못할 술 주량이 또 다른 이유요, 기타 등등 하여간에 많은 이유로 인하여 1, 2학년에는 D선상의 아리아를 거침없이 연주하였습니다. “공대생의 교양은 미적분 책 읽는 것”이라는 어느 수학교수의 말도 안 되는 말씀에 비분강개하고, 시인 양주동 선생의 젊은 시절 무용담에 매료되기도 하다가 다 귀찮아서 한 해 쉬었습니다. 3, 4학년에는 공부 좀 하려고 마음을 다잡아 보기도 했으나 작심삼일이라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핑계는 많았지요. 못된 친구들 때문에, 가정교사로 시간 다 빼앗겨서, 교수 실력이 형편없어서, A학점 받는 거 뭐 별 거 아니라서, 인생이 어디 학점이 다냐는 기고만장한 철학적 주관 때문에… 그래도 하여간 귀찮아서 내보내 주었는지 졸업은 하였습니다.

대학생으로서 학업 이외에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학업은 여가 있을 때에나 했던 터이라, 학업 이외의 활동이 당연히 많았지요. 그 당시에는 동아리라는 말도 없었고, 그런 류의 활동도 별로 없었습니다. 대신 가정교사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가는 데 2시간, 가르치는 데 2시간, 돌아 오는 데 2시간 도합 6시간을 예사로 투자하여야 했으니까요. ‘입주’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것은 시간은 좀 절약되지만 자유가 영 없었습니다. 그 집에 들어가서 살아야 되거든요. 대학 4년 동안 시간제, 입주, 반반 정도 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어려웠지요. 그 당시 우리나라 일인당 국민소득이 겨우 몇 백불 정도였으니까요. ‘1000불 소득시대’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고 허리띠를 졸라 매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바둑을 꽤 즐겼던 기억, 그리고 축제 때 학과별 막걸리 마시기 대회에서 장원한 기억도 납니다. 도랑 위에 사다리를 수평으로 걸쳐 놓고,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건너 갔다 오고, 또 한 사발 마시고 갔다 오고 해서 실족하지 않고 끝까지 남는 자가 장원을 하였지요. 여러 사발 마셨었습니다.

시도 좀 썼지요. 문학지에 올리기도 해 보았고요. 그러나 재능이 태부족함을 깨닫고 붓을 꺾었습니다.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오래 전 일이네요.

대학 시절 연애담이 있다면

제 처는 나와 국민학교 동기 동창이랍니다. 그러니까 대학시절 연애가 아니라 따지자면 초등학교 시절 연애담이라 해야겠네요. 인연이 되려니 서울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경북 성주 시골에서 서울까지 대학을 진출했으니 둘 다 출세는 이미 그 때 한 것이지요. 연앤들 어디 제대로 할 줄 알았겠습니까. 그저 만났다 헤어지고 그랬지요. 졸업하고 군에 갔다 와서 그 때서야 제대로 만나 결혼까지 했습니다. 대학 때는 떼거지로 몰려 다니며 이런 저런 대학생들과 미팅이랍시고 하기도 했는데 가정교사해서 번 구렁이 알 같은 돈만 날렸지요.

지금의 제 처 만나길 잘 했습니다.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으니까요. 술 담배도 덕분에 다 끊었고요. 이건 아부가 아닙니다, 절
대로.

포항공대의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교 성적이 뭐가 그리 대수냐고 생각한다면, 마음 돌리기 바랍니다. 성적이 대수가 아니면, 그럼 뭐가 대수인가요? 물론, 성적보다 실력이 중요하지요. 인생철학도 중요하고 말고요.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지요. 대학시절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평생 동안 함께 가는 친구인걸요. 10년 만에, 20년 만에 만나도 잠시 서먹할 뿐 곧 바로 어저께도 만났던 친구처럼 되는 게 대학 친구랍니다. 좋은 친구 많이 사귀고 우정을 키워 가세요. 인생이 무엇인가도 고민하여 보세요. 남 보기에는 개똥철학일지 몰라도 나중에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찌개백반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공부는 하고 그 위에 이 모든 것을 하세요. 시간이 모자란다고요? 지나 온 일 주일, 한 달, 일 년을 돌이켜 보세요. 하릴없이 죽어 간 시간이 얼마만큼인지를 세어 보세요. 핑계 대고 자기 위안 하지 마세요.

나는 대학시절 성적 때문에 사회생활하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문득 공부가 더 하고 싶어 졸업하고 10년 만에 유학을 가려니, 그 성적표를 디밀어 보았자 어디 받아 주는 데가 있어야지요. 나는, 내가 근본 바탕은 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누가 알아 주어야 말이지요. 오로지 성적표가 말을 하더군요. 안타깝고 괴로운 심정은 당해 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다행히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아 어디 구석진 데서 박사까지 하긴 했습니다만, 나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였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미국 유명 대학교의 교수가 자기 제자가 재직하는 학교를 소개해 주어 가게 되었지요. 학부 때 못했던 공부 실컷 한번 해 보았습니다.

지금도 내가 소속한 학과에서 교수들끼리 농담으로라도 대학 성적 운운하면 가슴이 다 철렁한답니다. 이렇게 물귀신처럼 따라 다닐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포스테키안! 무쇠라도 녹일 정열을 가지고 대학생활을 하세요. 내 인생이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세요. 세상을 주도할 능력을 쌓으세요. 힘 들고 어렵더라도 참고 이기세요. 열정, 목표, 능력, 인내가 포스테키안들에게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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