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 팅
치 팅
  • 이한결 기자
  • 승인 2006.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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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PosB의 POSTECHIAN보드에 수학시험 시간의 치팅에 관련된 발언이 나와서 한동안 이슈가 되었다. 최초로 올라온 글의 내용은 어떤 1학년 학생이 수학시험 시간에 뒷자리에서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었고, 답지를 걷을 때 어수선한 틈을 타서 답을 교환했다는 것이다. 많은 학우들이 이 글을 보고 댓글을 달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우들이 부정 행위를 보았으며, 그 형태도 다양했다. 그리고 올해만의 일이 아닌 듯 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였다.
우리대학에는 지난 1992년부터 Honor Club이 있어서, 우리 POSTEC-HIAN의 명예를 위한 캠폐인을 하였다. 하지만 여태까지 블라인드 카피, 치팅같은 학생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 대학의 들어오는 학우들이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필자는 중학교 2학년 때,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도와주다가 적발되었었다. 시험 좌석배치에서 내 앞에 앉는 친구와 내 옆에 앉는 친구들과 짜고 서로서로를 가르쳐 주었다. 내가 물어본 일은 없었고, 친구들이 물어보면 주로 대답해주고 하는 식으로, 한 과목당 3~4개 정도 대답을 해 주었다. 반쯤 재미로 시작한 것이었고, 죄책감은 고사하고 나쁜 일이라는 자각조차 없었다. 오히려 선생님의 감시를 피해서 답을 가르쳐 주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다.
시험이 끝나고 필자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나갈 즈음에 학교에서 전화가 왔고, 그 즉시 불려가게 되었다. 이미 결과는 나와있었고,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부정행위를 한 과목수를 줄이는 것뿐이었다. 운이 좋았는지, 선생님들이 모른 척 해준 건지 1과목에서만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필자와 친구들은 1주일간의 근신 처분을 받았다. 근신 기간 동안 우리들은 우리의 잘못에 대한 반성보다도 고발한 친구가 누굴까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근신 기간이 끝나고 나서야 나는 알았다. 내가 정말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근신이 끝나고 다시 정상적인 학교로 돌아왔을 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몇 가지가 달라져 있었다. 먼저 선생님들이 더 이상 나에게 뭔가를 믿고 맡기지 아니하였다. 그리고 절친했던 우리 3명도 더 이상 같이 놀지 못했다. 실제로 아직까지 서먹하다. 서로서로에게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차차 나아지기는 했지만, 평소의 친하던 친구들도 그 순간에만은 거리를 뒀다.
학생들에게 있어 명예를 지키는 일이란 바로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에게 믿음으로써 보상하는 행위이다. 필자는 나를 믿어오던 모든 사람들을 배신하였으며, 그 대가로 신임을 잃었다.
우리는 우리만을 위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 위치까지 왔다. 다른 사람은 부모님일 수도 있고, 절친한 친구일 수도 있다.
이제 곧 기말고사 기간이다. 부적절한 방법으로 점수를 올리려고 하지 말고, 우리를 지원해주는 그들을 생각하며 학업에 매진하여 정정당당하게 점수를 올리는 POSTECHIAN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