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학부 ‘교육’에 좀더 신경쓰자
[78 오름돌] 학부 ‘교육’에 좀더 신경쓰자
  • 이창근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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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순, 올해 새롭게 시도된 ‘일반생명과학’ 토론수업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20여 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 토
론은 조교와 교수가 개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진행되었다. 기대만큼 학생들이 활발하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하고 토론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각자 준비한 자료를 발표하고 여러 학생들의 생각을 듣는 자리로써의 부족함은 없어 보였다. 수업이 끝나고 담당교수와의 취재에서도 교수는 “당장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창의성의 증진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이런 수업이 하나의 시도”라고 말했다.

그 당시, 2학년이 된 나는 전공수업에 대한 거부감과 동시에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1학년 당시 영어와 글쓰기 수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초필수과목 수업에 50명이 넘는 많은 학생들이 수강했지만 전공수업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첫 수업시간에 나를 맞은 것은 역시 수십 명의 학생이었다. 우리과의 특성상 타 과 학생들이 많이 수강하기도 하지만, ‘소수정예교육’을 대학 장점으로 누누이 말하는 대학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0월 발표된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우리대학은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교수당 학생수(전임교원 기준, 학생수=학부생+대학원생)’는 3위를 차지해 1위인 가톨릭대(9.03명
)보다 4명 정도 많은 12.89명으로 발표되었다. 이렇듯 우리대학은 현재 소수의 학생을 선발해 실험실 이용이나 방학기간의 랩 활동 등의 다양한 연구참여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학부 교육에 있어서는 ‘소수정예’라는 말을 쓰기가 어색하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필수과목인 ‘전자계산입문’ 이나 ‘수학1,2’의 경우 100명이 넘는 학생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고 있으며, 수강인원이 80명으로 제한된 전공 수학과목에 학생이 모두 차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반생명과학’ 토론수업이 시작된 지 두 학기째다. 신입생들 가운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주제가 너무 터무니없다’, ‘제한적인 몇 명만 토론에 참여한다’며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올해 말이 되면 이 수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교수들 스스로 새로운 수업을 기획하고 시도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본지 223호(6월 8일 자)에서 ‘강의평가 공개’에 대해 학원기획을 다룬 적이 있었다.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제도’, ‘강의평가는 교수의 성적표’라고 일컫는 것처럼 이 문제는 아직 교수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2008년부터 학생에게 공개하기로 한 이상 이 공개가 학부교육의 질적 상승작용을 했으면 한다. 장기적인 커리큘럼 개발과 학생참여 수업유도, 창의적인 강의시스템 등에 대한 교수와 대학의 노력을 통해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에서도 빛나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