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바쁜 일상 속에 갖는 자기 반성의 시간
[78계단] 바쁜 일상 속에 갖는 자기 반성의 시간
  • 기석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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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아직 차가운 바람이 불던 3월 신문사에 처음 발을 들였다. 그때 나는 ‘내가 가진 재능은 내 지갑 속 푸른 지폐보다 적지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심은 많다’며 내가 가진 앞으로의 각오를 적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당시 내가 적은 수습기자의 한마디를 다시 보면 마치 오래 전, 어린시절 일기장을 들춰보듯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이 감돈다. 그거야 어쨌든 당시 내가 적었던 하고 싶은 일이란 캠퍼스 안의 소식들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난 1년 반 가량의 시간 동안 신문사 기자로서 활동을 하면서 여러 일들을 경험했다. 작년 여름, 우리대학에서 성공적으로 치러진 IPhO를 비롯해 부안을 다녀온 일 등 기자 활동을 하며 여러 사람을 만났고, 여러 일들과 대면하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개중엔 즐거웠던 일도 있었지만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피하고 싶었던 일도 있었다. 그 모든 일들을 잘 처리했다곤 스스로도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거쳐갔던 것은 사실이다.

기사를 많이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내 손에서 쓰여진 기사들을 작성하기 위해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어야 했고, 그들 중에는 적극적으로 얘기해 주는 사람, 둘러대는 말로 넘기려 드는 사람, 얘기해 주기를 거부하는 사람, 아예 만나기를 거부하는 사람 등등 여러 부류가 있었다. 원했던 내용 그 이상을 듣고 기사를 적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원했던 그 이하의 내용만을 손에 쥔 채 어렵사리 작성한 기사가 더 많은 것 같다. 무언가를 떠올려 보려고 하면 가장 어려웠던 일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때문일까?

이렇게 지난 1년 반 가량의 기자 활동을 보내고 동료 기자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들보다 일찍 신문사라는 조직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이 내 성장에 양질의 밑거름이 되리란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여러 인연을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한가지 의문이 남아있다. “나는 지난 1년 반 동안 신문사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수행했는가?” 아무리 내 손에 남겨진 이득이 많다고 할지라도 정작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아무래도 남부끄러운 이유에서라도 당장 답하라면 대답은 ‘No’다. 내가 했던 활동이 진짜 기자로서 해야 하는 활동인지도 약간의 의구심이 남는다. 이러한 의문을 품은 것에 대하여 후회는 없다. 스스로 생각해 보면서 여러 기억도 떠올릴 수 있었고, 그건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었으며, 반성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으니까.

여유를 갖고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갖는 것은 어떨까? 언제나 시간이 부족한 하루이지만 자기 반성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