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주인노릇 하기 위해서는
[78계단]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주인노릇 하기 위해서는
  • 황희성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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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있었던 ‘총장님과의 대화’시간에 한 학우가 총장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대학 측에서는 학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총장의 대답은 “학생은 대학의 동반자입니다” 였다.

분명 내가 아직 수습기자였던 시절일 것이다. 당시 편집장을 맡고있던 선배가 쓴 칼럼의 한 구절은 나를 혼란에 빠지게 했다. ‘일찍이 고 김호길 초대 총장은 “학교의 주인이 누구냐?”고 묻는 학생들에게 “학교의 주인은 재단이다”라며 직설적이지만 너무나 정확하게 답한 바 있다. 내가 혼란에 빠진 이유는 초·중·고교에서 말 만으로라도 가르치는 ‘우리는 우리학교의 주인이니까 책임감을 가집시다’라는 말과는 차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김호길 총장이 말한 ‘주인’과 학생들이 물어본 ‘주인’에는 대학본부에서 기숙사까지 만큼의 거리가 존재한다. 김호길 총장의 ‘주인’은 실질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사람을 말한 것이고, 학생들이 말한 ‘주인’은 대학이라는 공동체를 이끌어나가는 구성원을 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오늘의 포항공대를 사는 학생들에게 이 질문은 너무나도 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지금은 누군가가 “주인은 재단이다”라고 ‘정답’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학생들 사이에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다’라는 강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오면 바로 긍정을 표하기도 힘들다. 포항공대 학생들의 대부분이 대학의 약칭이 바뀐지도 모르는 현실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모른다고 학생들을 욕할 수는 없다. 상당수의 학우들이 말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숙제와 시험의 폭풍 속에서 생존을 위협당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학의 약칭 변경까지 일일이 체크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탈수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 소변을 보라고 하는 꼴이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에서 학생은 영원히 주인으로 자리잡을 수 없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렇다. 이것은 학생들의 태도뿐 아니라 대학이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학생자치단체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학생자치단체는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학 정책에 그 의견을 반영시키는 단체이다. 이들이 원론적 역할에 충실하기만 한다면, 위와 같은 장황한 논의는 쓸모없는 공회전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자치단체나 학보사 사람들이 교직원들의 입장을 ‘너무’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자치단체나 학보사는 교직원과의 교류가 타 학우들에 비해 잦은 편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입장이나 주장을 이해하게 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본분을 잊어서는 안된다.
명심하자. 지금의 지곡골엔 ‘대학의 주인은 재단이다’라고 엄포를 놓는 호랑이는 없다. 그러나 토끼가 지곡골의 주인이 되었는가? 토끼가 진정한 지곡골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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