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할 때
[78계단]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할 때
  • 구정인 기자
  • 승인 2005.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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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여러 자치단체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치활동 금지조항 개정, 동아리 정기공연과 합쳐진 형산제, 연차초과자 기숙사 이용 제한, 대학원생 기숙사 자치회 설립 등 여러 자치단체들은 제각기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게다가 예년과 달리 모든 자치단체장이 큰 어려움 없이 무난히 선출된 한 해이기도 했다. 특히 총학생회장 선거는 4년 만에 경선으로 투표율 66.3%라는 높은 관심 속에서 치러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자치단체의 위상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총학생회와의 한마디 의견 조율도 없이 연차초과자들의 기숙사 이용은 제한되어 버렸고, 몇 년간 동결이라고 홍보해오던 등록금은 어느새 200만원을 훌쩍 넘어 적지 않은 학우들의 고민거리가 되어 버렸다. 그나마 너무나 낡아서 그대로 지키며 생활하기도 힘든 사생수칙이 조정되고 있고 지난해 12월에 학생들과 보직교수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 학교와의 의사결정통로가 없다는 것은 크나큰 약점이다. 지금까지의 각 자치단체들은 학생지원팀·주거운영팀 선에서 모두 해결될 정도로 대학본부의 사정에 어두웠다. 어떤 사안에 대해 본부에서 학생들에게 통보해 버리면 자치단체는 뒤늦게야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번이라도 당당하게 대학본부에 대고 직접 문제제기를 하거나 문제를 상의해본 적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언제나 가장 아쉬움이 남는 것은 참여부족이다. 임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후보가 나오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거나 대표는 있지만 함께 추진해나갈 사람이 없어 일이 흐지부지되는 경우는 자치단체에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단체에서 사람부족을 호소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하기도 했고, 여학생회는 8년간 구성되지 못했다. 또한 학부생보다 대학원생의 숫자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권익을 대변해줄 수 있는 대학원생 총학생회는커녕 대학원생으로만 이루어진 자치단체를 구성해 본 적도 없다.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실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자치단체들이 많은 사람들의 땀으로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에게 여전히 자치단체는 멀게만 느껴진다. 자치단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삽질’에 능한 사람이나 특별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이 현재의 시각이다.

그러나 ‘멀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일해온 것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동시에 학우들의 일이다. 적어도 포항공대의 학생이라면 포항공대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등록금이 올라가는 것도 학생회칙이나 사생수칙 모두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장학금을 받는다고 해서 등록금이 올라가는 것에 별 관심이 없고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해서 정치활동관련 조항 폐지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면 포항공대의 학생이라는 자격을 스스로 버리는 것과 같다.

학생회칙에는 ‘학생의 자치활동 능력을 배양하고 과외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총학생회를 둔다’고 되어 있다. 또 건학이념에는 ‘지식과 지성을 겸비한 국제적 수준의 고급인재를 양성함과 국가와 인류에 봉사할 목적으로 설립한다’고 되어 있다. 당장 자기에게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있더라도 먼 곳의 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국가와 인류에 봉사하는 지도자적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올해는 모든 자치단체의 대표도 순조롭게 뽑았고 인력의 수급도 해가 갈수록 안정되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의 권익이 신장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대표할 수 있는 곳의 위상이 확립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학생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자치단체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들의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의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