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학교는 사유재산? 공적자산!
[78계단] 학교는 사유재산? 공적자산!
  • 구정인 기자
  • 승인 2004.11.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사학재단들은 개정안에 반대하여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학교폐쇄’와 ‘위헌소송’이라는 협박성 주장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일부 언론에서는 사학재단들의 주장이 정당한 것처럼 부풀리거나 사설에서조차 노골적으로 사학의 편을 들고 있다. 그러나 조선·동아를 비롯한 이들 언론이 사학재단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사학재단들이 재단의 전입금 한푼도 없이 국가의 보조금과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50~60년대 사학재단을 설립한 역사를 보면 교육의 장을 목적으로 학교를 세웠다기 보다는 자신의 재산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운 경우가 많다. 이른바 초기 비용만 내고 지금까지의 운영비는 모두 학부모와 정부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학재단들은 학교가 마치 자신의 것인양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태도로 개정안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또 현재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되면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하는 것처럼 억지를 부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사학재단 설립자는 “어떤 단체에서 특수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개방형 이사회에 들어올 것”이라며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1990년 날치기 사립학교법 개악으로 현재 학교운영의 모든 권한은 이사회가 가지고 있다. 학교의 구성원인 동시에 교육의 주체인 교원, 학생, 학부모들을 배제시키고 독단적으로 학교를 운영해온 것이다. 외국대학들만 보더라도 학교의 주체들이나 심지어 동문들도 이사의 일부를 추천하고 학교의 운영에 교육의 주체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에서도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되어 기업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강화하고 있는데, 하물며 가장 중요한 교육의 장인 학교의 운영이 베일 속에 가려있어서야 되겠는가?

일부 사학재단에서는 재정권과 인사권이 실질적으로 제한된다며 이 권리들은 당연한 기본권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사회가 이런 권한을 갖지 못할 경우 운영에 있어서 차질이 생긴다며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일본, 영국 등 여느 국가의 사립대학에 비해서 우리의 사학법인은 독점적인 권한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경우, 이사회가 전권을 가지고 있지만 교육은 총장에게, 총장선출은 교수단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아무리 개인이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하였다고 하더라도 학교는 법인이나 이사장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외국의 경우, 설립자들은 학교법인과 따로 학교의 운영을 위한 재정확보에만 관여할 뿐 설립 당시의 재산 출연을 이유로 학교운영이나 교육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학교설립은 교육을 위한 사회적 기부행위로 규정되고 설립자가 직접 학교운영에 관여하는 것은 금기시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은 현재 필요악으로써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던 시기에 정부가 사학의 설립을 권장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쳐놓은 울타리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울타리를 믿고 사학재단은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다.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재단은 교육의 의무를 수행하는 교수들을 아래로 보고 있으며, 교수들이 운영에 참여하면 대학이 혼란스러워 진다며 운영의 자율성 확보라는 명목하에 사유화하려 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사학재단은 학교를 자신의 소유인 것 처럼 행동하고 있다. 법적으로 불가능한 ‘학교폐쇄’까지 언급하는 것은 장사하기 싫어서 가게문을 닫겠다는 식의 발언과 같다. 오히려 사립학교법의 개악이 사적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기관은 사학재단이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니다. 교육기관은 공공기관이다. 즉, 사립학교는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공적 자산인 것이다.
또한, 울타리의 높이를 내리느냐 마느냐를 두고 싸우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바로 울타리가 없는 것이다. 울타리가 없이도 발전이 가능해야만 비로소 건전하고 선진적인 사립학교의 모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