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국가균형발전은 국가정책을 넘어선 시대정신이다
[노벨동산] 국가균형발전은 국가정책을 넘어선 시대정신이다
  • 임경순 / 인문학부 교수
  • 승인 200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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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음으로써 참여정부가 정력적으로 추진해온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신행정수도특별법은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함께 2002년 말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제정되었었기 때문에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그동안 지방분권 운동을 정력적으로 추진해온 필자로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판정으로 일단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형태의 행정수도 이전은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대의 대세가 되어버린 국가균형발전의 거대한 흐름은 거슬리기 힘들어 보인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위헌 판정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모두 소리 높여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외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분권화·지방화는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정책 방향이 되어 버렸다.

우리가 경제개발과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동안 수도권 집중의 현상은 꾸준하게 심화되어 왔다. 수도권은 면적은 국토 전체의 11.8%에 불과하나 인구의 46.6%, 30대기업 본사 88.5%, 벤처기업의 77%가 위치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직시한 정부는 그동안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국가적인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마련하고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통한 자립형 지방화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즉 요소투입형, 총량적인 경제 규모 위주의 성장에서 벗어나서 삶의 질, 분산, 생태와 환경 등 단순한 권력 형태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국가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신행정수도 이전은 이런 측면에서 수도권의 집중과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하나의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신행정수도 건설 정책이 심각한 난관에 봉착해 있는 지금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갈 사항이 있다. 국가균형발전이 성숙되지 않은 심각한 불균형상태에서 지방분권이 추진될 때에는 국가 전체 차원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불균형 현상이 오히려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정부가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을 때 보여주었던 강남구 지방자치단체의 행태를 분명히 보아왔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 균형발전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서 조세권과 같은 중앙의 권한을 서울특별시나 강남구와 같은 지역으로 이양할 경우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지역간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며, 지방 분권 정책이 오히려 국가의 균형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이 난 뒤에 서울시나 일부 야당에서는 행정수도 이전보다는 지방분권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방분권은 항상 국가균형발전과 동시에 추진될 때만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이었던 신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면서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집단이 이면에 감추고 있는 의도를 우리는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아직 헌법 전문가들에 의해 수많은 법리적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고, 몇몇 강경한 입장을 지닌 사람들은 헌법재판관의 탄핵까지 주장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거나 반분권적 세력에게 분권화에 저항하는 실마리를 제공해서는 안된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미 국가의 정책을 넘어서 시대의 대세, 더 나아가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흔들림이 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