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과학도’란 자부심 점점 퇴색해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
[독자논단]‘과학도’란 자부심 점점 퇴색해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
  • 장문수 / 전자 박사
  • 승인 200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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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갖고 면학분위기 되살려야
새로 학기가 시작되고 78계단을 분주하게 오르는 새내기들의 모습에서 비로소 대학같은 느낌이 든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 옷차림에서, 동아리나 학과 활동에서 그리고 대화에서도 느껴진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요즘의 우리학교 학생들에게서 지방에 있다는 느낌이나 왠지 조용한 학교 분위기보다 살아있는 느낌을 더 많이 받는다. 이것은 분명히 예전에 우리학교가 가지지 못했던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있는 대학생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분위기와 동시에 우리가 가진 장점도 사라져 가는 느낌도 가지게 된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과 구분되는 우리 학교의 새내기들 특징은 많은 과제와 수업난이도에서 비롯된 면학분위기였다. 이는 우리가 우리 학교를 선택할 때,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 같다. 우리학교가 오랜 역사를 자랑하거나 졸업생들이 성공하고 있거나하는 이유로 많은 학생들이 찾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을 충분히 살리면서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두가지 좋은 점을 다 살리는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이상적인 모든 경우가 그렇듯이 두가지를 동시에 이루기는 어렵다.

어차피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기 때문에 장래에 거의 모든 우리학교 학생들이 과학기술계에서만 일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우리는 과학기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 인식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한다면, 전문적으로 그 일을 하는 이들에 비해서 우리는 비교우위를 가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이공계 기피라는 사회적인 분위기까지 겹쳐, 자조적인 분위기가 생기면서 우리의 토대인 과학기술을 낮게 보는 학생들도 많아지는 것 같다.

이런 흐름이 개개인의 자조적인 생각이나, 루저신드롬처럼 표출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집단을 형성하면서 다수의 목소리로 나타나고 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기존의 어떤 학풍보다는 단순한 사회적인 유행과 같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직 역사가 오래지 않아 뚜렷한 학풍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없는 우리학교 상황에서 다른 학교의 경우보다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우리학교는 제한적인 사람들이 서로 만나게 되고, 숫자가 적기 때문에 어떤 집단의 생각이 더 쉽게 전달된다. 이렇게 형성된 가벼운 느낌의 분위기들이 기존의 진지하거나 학문적인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지금 부담없이 길을 걸어가면서 옆의 친구와 (학점이 아니라)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가. 그리고 명예제도에서 이야기되는 학문적인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단순하게 지금 하는 공부가 학문이라고 말할 수는 있는지. 인맥과 학벌에만 의존해서 자신의 가치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저런 요소도 사회적인 성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저런 면에서의 불리함을 극복하는 것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저런 것을 추종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는 불리하다. 차라리 우리가 가진 장점을 살려보는 것은 어떨까.

마냥 실망스럽지만 않은 것은 포카전과 같은 행사에서 보이는 우리 학생들의 태도다. 이전에는 항상 방에서만 생활하는 포스테키안이었지만 지금은 밖으로 나와서 서로 경험을 나누고 역동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이런 발전적인 모습에서 우리가 디디고 있는 우리의 기본인 과학과 기술에 대한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 좀더 공부에 대한 진지한 분위기가 조금만 더 조성되어서 하풍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