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IPhO2004를 마치고
[독자논단] IPhO2004를 마치고
  • 오남호 / 생명 03
  • 승인 200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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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지역·국가 이미지 향상에 크게 기여···대회는‘성공적’
향후 국제규모 대회 개최시 철저한 사전준비와 세련미 필요
지난 7월 학내를 떠들썩하게 달구었던 제35회 국제물리올림피아드(IPhO). 우리대학과 경주를 무대로 펼쳐진 이 행사에는 세계 70여 개국의 학생들과 지도자들이 참가하여 물리 실력을 겨루고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8박 9일간의 행사 기간동안 대학 캠퍼스는 전에 없던 활기를 띠었고, 언론과 기관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대외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진행된 IPhO는 여러 면에서 성공적으로 치루어져 과거 어느 대회보다도 우수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교와 지역사회의 발전, 그리고 국가의 명예에 이바지한 커다란 행사였기에 우리는 기쁨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비단 즐거움뿐만이 아닌 큰 아쉬움이 포스테키안들의 목소리에 실리는 것은 왜일까.

안타깝게도 IPhO는 대부분의 학내 구성원들에게 전 세계의 손님들과 함께했던 색다르고 재미있던 기억보다는 불편하고 짜증났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행사 도중, 그리고 행사가 끝난 후 포스비와 포시스에는 항의의 글들이 빗발쳤고 이들은 한 목소리를 내어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서 행정상, 행사 진행상의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발견되었고, 많은 구성원들은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물론 IPhO와 같은 국제행사를 치루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통제는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고,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최대한 협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벌어졌던 운영요원과 참가자 관리의 미숙함,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협조 요구 등으로 아쉬움과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IPhO에 대한 큰 반감과 불신만을 남긴 채 행사가 종료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했지만 그 안은 채 여물지 못한 미완성의 열매만이 이번 행사의 결실로 남았다.

물론 행사의 성공을 위해 2년여간의 준비기간을 통해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었던 IPhO 조직위원회와 학교 직원들의 노고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학교의 주인인 대학 구성원들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 아쉬울 뿐이다. 누구보다도 먼저 현재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원했던 사람은 우리였으며, 불편에 대해 신속하고 적절한 대책을 가장 긴급히 필요로 했던 사람들도 우리들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로부터의 참가자들, 각계 각층의 고위급 인사들, 그리고 행사 진행자들에게 떠밀려 우리는 대학 캠퍼스의 주인이 아닌 지나가는 구경꾼으로 전락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제35회 IPhO는 이제 그 막을 내렸지만 많은 학내 구성원들에게는 멋진 대단원을 안겨주지 못했다. 대학 구성원들의 기억 속에 IPhO가 가슴 벅찬 자랑으로 남기 위해서 남겨진 과제는 무엇일까?

우리 모두가 함께 이마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며 서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힘을 모아 가는 자세가 시급한 숙제가 아닐까. 학생들과 학교 사이에는 괴리감이 존재해 왔고 평소 활발한 대화가 이루어지지도 못했다. 만약 행사를 앞두고 학생들의 편의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우리 스스로도 조직위원회, 그리고 학교 직원들과 먼저 대화하여 우리의 권리를 보장받고 협조를 약속했다면 IPhO는 내부로부터 훨씬 많은 호응과 지지를 얻은 멋진 대회가 되었을 것이다.

이번 국제물리올림피아드 행사를 계기로 그간의 부족함을 반성하고, 앞으로 벌어질 많은 대외적 행사들이 학내 구성원에게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