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포항공대인 다운 기숙사 문화 만들자
[독자논단] 포항공대인 다운 기숙사 문화 만들자
  • 허성우 / 화학 02
  • 승인 200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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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 사생 수칙 개정과 자치모임·행사 활성화 필요
많은 동에서 공용으로 비치되어 있던 빨래바구니는 이제 그 모습을 찾을 수가 없게 되었고, 여러 학생들이 쓰는 휴게실은 아주머니가 청소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지저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밤늦은 시간 휴게실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방에서 큰 소리로 음악을 들어서 주변 학생들의 잠을 깨우는 학생들도 있다. 포스비 POSTECHIAN 보드에 올라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라면 국물 사건(?)’이라는 엽기적인 일도 기숙사에서 있었다. 이 외에도 지성인의 행동이라 믿어지지 않는 많은 일들이 기숙사에서 벌어졌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포스비 POSTECHIAN 보드에 매년 올라왔지만 제대로 고쳐지고 않고 있다. 이것이 현재 우리 기숙사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들이 끓임없이 일어나고 있는가? 나는 그 원인을 기숙사 문화의 미성숙이라 본다. 우리 학교는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고, 학생수가 적어 다른 학교에 비해서 기숙사 문화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모든 일이 가능성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듯 우리학교는 현재 학생들 사이에서 혼자만 편하게 살아야지,라는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이로 인해 제대로 된 기숙사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지금까지 있어왔던 좋지 못한 우리 기숙사의 모습을 없애기 위해선 제대로 된 기숙사 문화의 형성이 절실하다고 본다.
기숙사 문화 형성을 위해선 첫 번째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현실에 맞지 않는 기숙사 사생수칙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사생수칙이 만들어진 때와 지금의 상황은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규정이 하나 둘 생겼고, 이러한 규정들이 학생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며, 사생수칙이 올바른가에 대한 학생들의 의심을 키우고 있다. 또한 마땅히 있어야 하는 규정이 없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비현실적인 규제 항목을 삭제하는 한편 현재 기숙사 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사생 수칙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개인주의로 인한 다수의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행위에 대해서는 좀 더 세부적이고 강도 높은 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현재 기숙사 사생 수칙 상의 벌점에 따른 처벌은 퇴사 밖에 없다. 즉, 퇴사라는 처벌전의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인 것이다. 퇴사 명령은 모든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우리 학교에서 과연 퇴사 명령을 내려서 학생을 기숙사에서 내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설사 퇴사를 당한다 하더라도 퇴사 당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방에서 불법 거주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퇴사 이전에 다른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다.
규정의 개정과 함께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 간의 친목 도모를 위한 여러 가지 모임과 행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우선 각 동마다 동대표, 그와 함께 일할 동자치기구가 구성되어야 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여러 모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 주변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고, 누구인가를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동민 간의 합의로 서로 간의 마찰을 줄이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모임을 기반으로 축제 때 open house와 같은 동 단위 혹은 층 단위 행사를 통해서 그 기숙사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고, 기숙사 게임대회와 같은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기숙사에 대한 소속감을 높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모임과 행사가 쌓이면서 동민들이 화합할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자치동이 완성되고, 기숙사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규정 개정, 여러 가지 모임과 행사는 기숙사 문화의 작은 싹이다. 이것을 커다란 나무로 키우는 것은 동민들이 적극적인 참여이다. 사생수칙 개정에는 많은 학생들이 의견을 내고 참여해 사생수칙을 추진하는 기숙사 자치회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 동마다 동대표 그와 함께 일하는 동 자치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각 동의 자치기구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치기구의 활동을 인정해주고 지원해주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학부생 기숙사 중 동대표가 있는 동은 7동에 불과하다. 아직 절반밖에 되질 않는다. 앞으로 모든 동에서 동대표가 나오고 이 동대표를 중심으로 동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기숙사 문화가 제대로 만들어질 것이다.

기숙사 문화는 기숙사에 사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