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교육정책의 현주소
우리대학 교육정책의 현주소
  • 유정우 기자
  • 승인 200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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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대학교육 기능의 가장 기본이라는 원칙에 충실해야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중심대학, 국내 최고기준을 만들어가는 이공계 대학, 대한민국 1%를 지향하는 대학. 입시와 관련해서나 대외적으로 우리대학을 알릴 때 가장 중점을 두고자 하는 우리대학의 모습이다. 사회의 획일적인 잣대에 따라 결정되는 입시에서 그동안은 서울대, 카이스트와 비교하면서 우리의 우위를 드러내기 위해 우리대학은 항상 수치경쟁을 해야만 했고, 이런 입시 전략에서는 우리대학의 정체성과 정신을 제대로 보여주는데 미흡할 수 밖에 없다.

입시는 우리대학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큰 요소 중 하나이다. 우리대학만의 색깔을 이야기하고 정체성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대학과의 비교우위를 수치로서 설명하는 것보다 보다 확실하게 우리대학만의 차별성을 말해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대학은 어떤 목적으로 학생들을 길러내며 우리대학의 졸업생들은 어떻게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지를 말함으로써 우리대학만의 특성을 보여주고 이에 호응하는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것이 입시전략의 큰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입시에서 우리대학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으며 우리대학의 정체성을 공론화하고 이를 입시에 반영하려고 하는 노력도 적었고 선발과정에 있어서도 우리대학의 목적에 대한 인상을 학생들에게 주는 것 역시 우리사회 풍토상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입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직원의 말에 의하면 이제는 우리대학도 사회에 대하여 떳떳하게 우리대학만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입시에도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재 우리대학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고 학부교육에서의 목표를 공론화하는 노력이 미진한 상황에서 많은 것을 이루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교수들의 대표의결기구인 교수평의회는 대학의 교육 목표, 우리대학 교육에서의 정체성을 대학발전에 있어서 이야기하고 의견제시가 가능한 단체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금껏 교수평의회에서 공식적인 안건으로 우리대학의 색깔과 정체성을 이야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의 목표를 세우자는 본격적인 의견 제기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대학의 마스터 플랜을 이야기하고 정체성이라는 큰 밑그림 위에서 교육의 비전을 제시해야할 교수평의회의 역할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 12대 교수평의회 의장 이진원(기계) 교수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학부교육에 있어서 우리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목적을 제시하고 정체성을 세우는 공식적인 안건 제시는 단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라면서 우리대학의 마스터 플랜에서조차도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는 제시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반 교수의 경우에도 교육과 연구를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모두다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바로 나타나는 연구를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효과를 바로 알 수 없는 교육에 대해서는 더욱이 신경쓰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 설립초기에 비해서도 교수 의식 역시 우리대학을 또 하나의 좋은 직장으로 여길 뿐이지 우리대학의 정체성 속에서 함께하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수라는 의식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는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 우리대학 특성상 교육보다는 연구에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고 교원에 대한 평가지표도 교육에 대해서는 소홀해지기 때문인 것도 큰 이유로 작용한다. 우리대학이 다른 대학과의 차별성을 가지고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우리대학만의 정체성은 어디서 나오는지, 교육에 대한 비전은 어떻게 제시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며 이에 대한 의논과 토론이 학내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수들을 이끌어야 된다는 의견이 교수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학교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몫은 학생에게도 달려있다. 인문학부 교육에서도 우리대학의 정체성과 우리나라의 공학사를 이야기하며 우리대학의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소양을 길러주고 있는 강의는 드물다. 학생들 스스로 우리대학에서의 교육에 대한 비전 제시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것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활동 역시 미미하며 대학의 정체성에 관한 중론을 모으고 그것을 바탕으로 교육의 목표를 세우며 이를 재단, 교수 그리고 학생과 졸업한 동문들이 항상 평가하고 이것이 다시 우리대학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끄는 사이클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대학에서는 문제의식만을 근근히 공유하고 있을 뿐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대학의 기능에 있어서 교육은 의무이며 타 대학과의 차별성과 우위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교육이라는 분야이다. 교육의 목표를 제시하고 교육을 충실히 해내간다는 ‘기본’에 충실한 대학 운영이 필요하다.

학부교육 개혁의 출발은 우리대학만의 색깔을 찾고 우리대학의 정체성에 대한 중론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의 목표를 제시하는 데에서 이루어진다. 이에 상응하는 학생들을 선발해서 우수한 교육으로 길러내고 후에 동문이 되어 재단과 대학의 구성원에 대하여 우리대학의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멈춰있는 집단은 항상 퇴보하기 마련이다. 출발은 힘들어도 재단, 교수, 학생, 동문 모두 객관적으로 보이는 지표만이 아니라 대학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우리대학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고 이에 상충하는 교육에 대한 비전 제시가 이루어진다면 지속적인 대학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