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있는가
[노벨동산]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있는가
  • 유창모 / 물리 교수
  • 승인 2004.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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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가 카이스트보다 나은게 무엇인가요?” “아, 우리는 가속기도 있고, 첨단 학술정보관도 있고...” 입시철이 되면 홍보 대상의 고등학생들이나 학부모들과 필자사이에 수없이 되풀이하여 주고받는 이야기지만, 어째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이거 포항공대에 대한 답변이 너무 물질주의적으로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우리는 우리의 우수함을 알릴 때 시설이 좋고, SCI 논문숫자가 stanford. MIT에 버금가고, 교수일인당 연구비 수주액이 어떻고 하면서 침을 튀기면서 떠들어 댄다. 지난 십여 년간 우리는 우리의 발전을 이러한 양적 팽창으로 확인해 왔다. 이러한 업적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매년 10월 노벨상이 발표되는 시점이 되면 아직도 무기력함을 느낀다. 그리고 학교 내에는 우리가 재단과 독립하여 경북 지역의 카이스트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등의 온갖 이야기도 난무한다.

대학이 발전함에 있어 경쟁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에게 있어 단순한 숫자에 의해 우열을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우리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숫자에 의한 우위나, 물질적 풍요에 의한 우위는 대학의 가치로 영원히 지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대학을 지향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떤 모습을 갖춘 학생들을 배출해야 하는가? 도대체 우리는 어떤 자화상을 가지고 있는가?

내가 아는 한, 어느 대학이 정말 우수한 대학인가 하는 것은 이러한 양적 경쟁이 아니고 얼마나 중요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그 학교에서 배출될 수 있었고, 어떤 인재를 길러냈느냐가 중요 잣대이다. 예를 들어, 수백 년 동안 세계의 우수한 두뇌들을 괴롭혀왔던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한 Andrew Wiles를 배출한 대학은 ‘입에 거품을 물고’ 선전하지 않더라도 세계 수학계에서의 금자탑을 이룬 입지가 확고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대학들이 나름대로 자기가 이룰 수 있는 영역에서 최고의 위치를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포항공대는 아직 서울대나 카이스트보다 설립한 지도 얼마 안되어, 학교의 전통이 무엇인지 확실히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는 외형적으로 보이는 물질적 풍요 이상의 정신적 가치가 이 학교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는’ 그래서 ‘국가 발전에 기여하려는’ 포항제철의 정신이 포항공대의 화강암 건물 밑에 짙게 깔려 ‘세계와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이공학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곳’ 을 만들려는 ‘포항공대의 정신’의 모체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우리의 내면에는 다른데서 배울 수 없는 ‘포항공대의 정신’이라 부를 수 있는 중요한 것이 있으며, 이것이 서울대나 카이스트와 다르게 우리를 이끌어 가고 있는 힘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엇이 포항공대가 카이스트나 서울대학과 다른 점인가요” 누가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아, 그건 학교에 깔려 있는 꿈입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학교에 없는 꿈이 있습니다. 화강암의 건물, 가속기나 학술정보관은 그러한 의지의 표상일 뿐입니다. 학생들을 보십시오. 나무는 열매를 보고 안다고, 꿈을 이루도록 길러진 학생들은 다를 것입니다. 지금은 미미하지만 15년 20년 뒤를 지켜보십시오.”

그밖에 카이스트나 서울대에 비해 우리의 장점은 무엇일까? 나는 “대학의 자유로움” 그리고 “포항공대인으로서의 정신적 일체감”을 생각해 보고 싶다. 즉 우리는 “university”로서, 또 사립학교로서의 다양성과 정신적 자유를 가진 교육을 추구할 수 있다. 즉 좀 더 폭 넓은 정신적 배경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의 차이라 할까. 경영마인드에서 차이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다른 대학에 비하면 이 학교에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꿈을 이루려는 이념에 충실한 좋은 학교를 만들려는 교수, 직원, 학생의 공통된 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포항공대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한다. 꿈이 있는 대학. 이념이 있는 대학. 정신적 자유가 있는 대학. 이공학 분야의 발전을 통하여 국가에 기여하려는 의지가 있는 대학.

그래서 여기서 배출되는 학생들은 온실에서 곱게 자란 화초 같은 공부만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길 바란다. 지금과 같은 국가의 이공계 위기 이야기가 나올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인재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여 국가의 중요한 버팀목 역할만 해준다면 포항공대의 성적이 좀 나쁜들 어떠랴. 포항공대의 정신을 지키기 위하여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지금 한국의 이공계 위기는 우리에게는 결코 두려운 이야기로 들리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도 보일 수 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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