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내가 그려보는 가장 즐거운 상상
[78계단] 내가 그려보는 가장 즐거운 상상
  • 이남우 기자
  • 승인 2003.11.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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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달려온지도 벌써 17년이 다되어간다. 지난 9월 포항공대는 중앙일보대학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이공계 대학의 자리를 굳혔다. 사회적인 인식도 많이 변하여 이제는 ‘국내 최고의 이공계대학 = 포항공대’ 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짧은 기간 동안에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바로 최고가 되겠다는 구성원들의 의지와 노력이 가장 컸을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개교 초 세계적인 연구 중심대학을 꿈꾸며 구성원 모두가 단결하였고, 여기에 ‘노벨상 수상’과 같은 동기유발을 일으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었다. 고 김호길 학장이 개교 초 중앙광장에 과학자 상과 함께 그 옆에 미래의 과학자 상 자리를 만든 것 또한 이러한 비전을 구성원들에게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노벨상 수상’과 같은 비전들이 구성원들의 마음속 목표로 새겨져 구성원 모두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으로 평가받게 되면서 이 타성에 젖어 구성원들의 마음속에서는 점점 목표가 사라졌고 대학에서도 이에 대한 처방을 내리질 못했다. 즉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한 것이다. 그로 인해 학교는 침체 아닌 침체분위기에 빠졌고 이를 타개할 돌파구를 찾질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총장선임 지연이라는 악재까지 겹치게 되었다. 세계적인 연구 중심대학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국내 최고의 대학에서 멈춰버린 것이었다.

이번 학기 초 우여곡절 끝에 박찬모 총장이 취임하였고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여러 분야에 대한 대안을 내놓으며 대학 운영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예전의 활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은 필자만의 주관적인 판단일까.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예전과 같은 비전이 희미해져 보이는 것이 나만의 섭입견일까. 어찌되었든 박찬모 총장이 가장 먼저 해야 할일은 바로 나같은 사람들의 우려를 해소시켜 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현재 박찬모 총장체제의 업무처리자체는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러 문제의 대안 모색에도 힘을 쓰고 있어 현 체제의 유지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 대학의 최종 목표를 이루기에는 소극적 자세가 아닐까? 

우리는 지난 세월 대학의 비전이 구성원과 공감대를 형성했을 때 상상을 초월한 발전을 이루는 것을 보았다. 박찬모 총장 또한 이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고 한만큼 이제부터라도 구성원들의 여론 수렴을 거쳐 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제시해주어야만 할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그 대학만의 색깔이 필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대학만의 색깔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만 할 것이다. 우리 대학의 모델이었다고 할 수 있는 Caltech의 경우 산ㆍ학 협력 체제를 제대로 구축하여 이것을 자기 대학만의 색깔로 바꾸었고 그로 인해 세계적인 공과대학으로 그 이름을 떨치고 있다.

우리 대학 모든 사람들이 ‘포항공대’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그러한 색깔을 만들었을 때 우리는 세계적인 연구 중심대학으로의 힘찬 발돋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구성원들에게 대학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주고 이 비전이 구성원 마음속에 새겨져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때 우리는 세계적인 연구 중심대학에 좀 더 빨리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어느새 지곡골은 세계 이공계의 중심에 서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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