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제 2도약의 핵심은 학부교육이다
[노벨동산] 제 2도약의 핵심은 학부교육이다
  • 방승양 / 컴공 교수
  • 승인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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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관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一年之計 莫如樹穀
(일년의 계획을 세우려면 그 해 안에 수확이 되는 곡식을 심는 것이 좋다.)

十年之計 莫如樹木
(십년의 계획을 세우려면 나무를 심는 것이 좋다.)

終身之計 莫如樹人
(일생의 계획을 세우려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좋다.)

교육은 백년대계이다. 한 대학의 교육은 그 학생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10년, 20년, 30년 후에 사회에 어떻게 얼마나, 공헌을 했는가에 의하여 평가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졸업생의 질도 아니고 입학생의 점수로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선 참다운 교육이란 있을 수 없다. 다들 입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적어도 우리 대학만이라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우리 대학 졸업생의 질로 평가받겠다는 배짱과 의지가 필요하다.

그간 우리 대학은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여 국내 명문대학의 위치를 확고히 굳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교수들이 주로 대학원생과 대학원 교육에 신경을 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학부교육에 관심이 소홀했다. 보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우리는 개교 초기부터 학부교육에 대한 비전과 치밀한 계획이 없었다. 오직 생각했던 것은 착실하게 잘 가르치자는 것이었고 우리는 또 그렇게 해 왔다. 다시 말해 우리는 좋은 교육여건을 살려 착실히 강의 준비를 했고, 숙제도 많이 냈고, 퀴즈도 봤고, 시험도 제대로 치르게 했다.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조건이 나쁜 다른 대학에 비하면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배출한 우리 졸업생은 얼마나 만족스러웠는가? 우리 대학의 학부교육이 대단하다, 또는 특별하다는 소문이 났는가? 우리 학생들의 만족도는? 우리 졸업생 고용자의 만족도는?

그런데 우리 대학의 학부교육은 다른 대학에 비해 분명히 유리한 조건이 있다. 학생 대 교수 비율이 낮고 기숙사 등 좋은 교육환경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장점을 살려서 지금부터라도 학부교육에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다른 대학들이 따라오지 못할, 흉내내지 못할 학부교육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대학의 제 2의 도약의 핵심이며 원동력이 될 것이다. 또한 이것이야 말로 우리 대학의 차별화 전략이 될 것이다. 우리 대학 학부교육이 현저히 좋아지면 첫째, 재학생이 좋아할 것이다. 재학생들의 목소리가 전국에 퍼지고 소문이 나게 되면 고교생에 대한 홍보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둘째, 우리 대학의 졸업생은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대학원에서도 더 많은 환영을 받을 것이다. 셋째, 각계의 지도적인 역할을 맡게 된 졸업생은 모교의 명성을 드높일 뿐만 아니라 모교 재정확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만일 규모가 큰 대학이나 작은 대학이나 같은 비율로 성공적인 졸업생이 나온다면 우리 같이 작은 대학은 설 땅이 없다. 우리가 규모가 큰 대학에 이기려면 소수정예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우리 대학 졸업생 전원이 성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학부교육에 대한 비전과 노력이 필요하다. 빠른 시일 내에 그러한 계획이 나오고 실천되기를 바라면서 나의 기본적인 생각을 간단히 소개한다.

우선 우리가 원하는 학부졸업생의 모습을 정한다. 즉 우리 학부교육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모든 구성원이 효과적으로 노력할 수 있게 한다. 현재 우리 대학의 건학이념에는 “성실하고 창의적이며 진취적 기상을 지닌 지성인을 양성”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추상적이고 미흡하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졸업생의 자질을 정하기란 쉽지가 않지만 하나의 방법은 우리 졸업생이 20년, 30년 후에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기를 바라는가를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졸업 때 어떤 자질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알아보면 된다. 졸업생이 갖추어야 할 자질이 확실해지면 학부에서 우리가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 지도 비교적 쉽게 나올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학문적인 교육훈련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이 상당히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의 학부교육은 전공교육에 너무 치우친 감이 있다. 즉 인성교육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앞으로는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학문적인 것을 포함하여 각자의 능력과 자질을 발견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신입생의 선발이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만들 때 그에 제일 알맞은 재료를 쓰는 것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비결이고 상식이다. 명인이라는 요리사일수록 재료를 챙긴다고 한다.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졸업생을 배출하는데 제일 적합한 자질을 가진 학생만을 선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사람의 잠재력을 판단하는데 너무 점수에 의존했고 또한 대외 홍보를 위하여 너무 점수에 신경써 왔다. 보다 효과적으로 학생의 자질과 발전가능성을 판별하는 방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학부교육은 백년대계 사업이다.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총장을 비롯한 모든 보직자가 앞장서서 방향을 제시하고 모든 대학 구성원들이 참여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한국대학을 선도하는 학부교육이 우리 대학에서 구현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