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이다
[78계단]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이다
  • 정현석 기자
  • 승인 2003.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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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애학생과 학부모, 인권단체들이 반길만한 일이 있었다. 바로 정부가 내년 장애어린이 특수교육 예산으로 64억원을 배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비록 장애학생의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지만, 첫 장애학생 교육 예산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첫걸음이었다고 할만하다. 그러나 처음의 273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었다가, 장애인교육권연대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의 투쟁으로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사실은 우리나라 장애인 교육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었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장애인들. 그들은 비록 몸이 불편할지라도 우리와 더불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닌 인격체이다. 따라서 그들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교육권을 향유할 권리가 있으며, 교육기본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신체적인 조건을 이유로 교육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장애인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취업의 어려움과 함께 빈민층으로 전락할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하므로 쟝애인들에게 교육은 근원적인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약 10여만 명의 장애 어린이들 중 특수교육 혜택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은 절반에 불과하며,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장애유아의 98%가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현실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이자 인권유린이다. 만약 우리가 장애인 교육의 현실에 관심을 가진다면 장애 아동을 둔 가정이 과다한 특수 교육비로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으며, 일부는 가정 해체 위기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장애 아동과 함께 삶을 포기하는 비극적인 사례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난 94년 우리나라는 특수교육진흥법을 제정하여 장애인 통합 교육 지원과 교육 차별 해소 등을 명문화하였지만, 이번 통합교육 신규 예산을 정부가 전액 삭감한 일은 과연 정부가 장애인 교육의 정책에 대한 의지가 과연 존재하는지를 의심케 한다. 정부가 장애인 특수 교육 신규 예산을 편성하면 지자체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은 장애인 교육의 주체가 정부여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장애아동을 비장애아동과 함께 교육시켜 장애인의 사회 적응력을 길러주고,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데 큰 효과가 있는 장애인 통합교육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나마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인들도 특수 교육시설과 교사의 부족, 교육 체계 미비 등으로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등 실질적인 통합교육과 거리가 멀다. 가장 인간적이고 복지를 지향해야 할 교육 정책이 장애인 분야에서 소홀한 점은 분배를 지향하고 있는 현 정부의 방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그들의 교육권 투쟁은 법에 보장된 최소한 권리를 찾기 위한 당당한 권리 찾기이다.

이제 사회는 장애인들이 당당한 인격체로 대우받기 위해 장애인 교육에 좀 더 많은 관심과 배려로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이라는 사실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 정부도 장애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장애인에게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공염불에 그치는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열악한 특수 교육 시설과 특수 교육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장애의 조기 진단과 치료 및 의무 교육 현실화를 국가가 담당하는 것이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의식 전환을 통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으로 또 하나의 차별을 만드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지양하는 일이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나 장애인에 대한 냉소와 멸시 그리고 무관심이 남아있는 사회. 그들을 도움의 수혜자로, 그러면서도 사회의 주변인으로 대우하는 이중적인 사회. 이런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장애인 통합 교육의 활성화로 현 세대의 장애인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이 미래의 세대에게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나가야 한다.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