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급변하는 연구환경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노벨동산] 급변하는 연구환경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조무현 / 물리 교수
  • 승인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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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기초, 특정과제, G-7국책과제, 우수 연구센터, 국가지정연구실, 창의과제, 핵심기술, 특화사업, 프론티어 프로젝트…. 이들은 정부에서 이름붙인 각종 연구과제의 명칭이다. 작게는 1년에 수천만원에서 연간 100억 규모의 대규모 사업형 연구프로젝트까지 다양한 형태의 정부주도 연구과제이다. 연구기간 또한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간 지원되며 특히 많은 연구 인력이 관련된 프로젝트에 대규모의 예산이 할당되어 가시적 효과를 얻기 위한 효율적 연구투자를 모색해 왔으며, 연구과제의 투명한 선정과 엄정한 관리를 위해 정부의 위탁을 받은 전문기관이 분야별로 활약하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과제는 분야별 세부항목과 예산지원 규모가 공고되고 혼자서 하는 연구 보다는 그룹을 형성하여 추진하도록 권장되고 있으며 특히 산업체에 의한 연구비의 공동지원 그리고 연구자 소속기관의 지원이 필수조건의 하나로 되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포항공대도 기초 연구, 국가산업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는 연구, 국산화를 위한 연구, 기반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 등 다양한 목적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연구공모에서 더 많은 연구과제를 확보하기위해 열심히 노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국내에서 교수 1인당 연구비의 규모와 논문발표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90년대 후반까지 유지되어 오던 물리, 화학, 수학, 생물의 기초과학분야 및 공학분야의 분류체계가 NT, BT, IT, E2T, ST 라는 새로운 분류체계로 급변되어 학제간 공동연구라는 새로운 연구 추진체계 요구가 보편화되었고 이에 부응하여 교내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임을 이미 알고는 있으나 문민정부에서 출발된 새로운 과학기술정책에 참여정부는 국민소득 2만불 이상 달성을 위해 최근에는 ‘포스트반도체’ 혹은 ‘10년 뒤 한국경제가 먹고 살 밑천’을 마련하고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10대 미래산업을 선정하여 발표하였고 그 세부항목으로 100대 연구분야가 도출되었다.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지정된 10대 산업은 △디스플레이 △지능형 로봇 △디지털TVㆍ방송 △차세대 이동통신 △미래형 자동차 △바이오 의약ㆍ장기 △디지털 콘텐츠ㆍ소프트웨어 솔루션 △차세대 전지 △차세대 반도체 △지능형 홈 네트워크 등이다. 이 새로운 과학기술 투자 정책의 발표는 곧이어 새로운 연구공모의 틀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연구제안서의 작성을 재촉하게 될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지방분권화 시대에 발맞추어 지방자치 정부도 중앙 정부기관의 제도를 일부 변경하여 각종 연구프로젝트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각분야의 대다수 실력있는 연구자들이 그룹을 형성하여 다양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심각한 연구인력의 부족현상이 있지나 않을지, 그래서 외국의 연구소를 또는 외국 연구인력을 국내에 유치해야하지는 않을런지. 이것은 걱정이라기보다는 작금의 시대적 요구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다가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포항공대 200여 명의 교수가 제각기 최선을 다하고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업적을 이루어 내고 있는데 현재와 같은 노력이 안팎으로 모두들 기대하는 세계적인 대학이 되고자 하는 로드맵에 맞는 방향인가 하는 것이다. 급변하는 연구환경과 교육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우리의 로드맵을 따라 세계적인 대학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할 필요를 절실히 느낀다. 혼자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전체가 잘되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할 때가 아닌가.

포항공대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차세대 예비과학도들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 현재의 학과 구분이나 필수 이수과목은 6T에 튜닝된 것도 아니며 특정 차세대 성장산업에 초점을 맞춘 것도 아니다. 지금 배우고 연구하는 주제가 자신의 평생 연구주제가 될 확률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하게 도출되는 결론은 자신이 선택한 연구의 주제와 동등한 수준의 중요도를 연구의 방법에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연구의 방법은, 일반적으로 실험, 이론, 전산모사 혹은 계산의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이것은 새로운 연구주제에 도전할 수 있는 전문화된 개인의 역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 사이에 일어난 급격한 연구환경의 변화를 보면서 과학기술의 개발로 산업원천기술을 확보하여 선진국 반열에 당당히 들어서야겠다는 정부정책의 단호한 의지를 읽는다. 신바람 나는 기분으로 밤새워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같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