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다시 총장님을 기다리며
[독자논단] 다시 총장님을 기다리며
  • 조성훈 / 산공 99
  • 승인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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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끌어온 신임총장 선임 문제가 총장선출위원회 위원장을 새로이 선출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재단에서는 방학중에는 총장을 선임하여 2학기 개강때까지는 부임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지만, 구성원들에게는 여전히 ‘양치기 소년’으로 비쳐지는 듯하다.

총장 선임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포항공대의 총장이라는 자리가 매력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포항공대 총장으로서의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적임자가 없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막연히 총장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지만, 아무나 데려와 총장으로 선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신임총장이 무한한 능력을 가진 슈퍼맨일 필요도 없지만, 없느니만 못한 얼굴마담이어서는 안된다. 졸업을 불과 며칠 남겨둔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우리 대학의 신임총장은 이런 분이었으면 좋겠다.

신임총장은 대학 구성원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원만한 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분이었으면 한다. 1999년 새내기로 입학하고 졸업을 며칠 앞둔 지금까지, 이 조그마한 대학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1999년 대학노조와 대학본부의 극한대립, 정시 신입생 학과배정 문제로 인한 대학당국과 학생 사이의 갈등, 그리고 현재의 신임총장 선임에 대한 대학과 교수 사이의 갈등, 학생식당 식비 인상 문제에 대한 되풀이되는 갈등 등 지곡골은 구성원 사이의 갈등으로 여전히 시끄럽다.

포항공대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포항공대를 구성하고 있는 교수, 학생, 직원 모두 마치 야생동물처럼 서로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다. 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 교수, 직원은 쉽게 다가가기 힘든 존재이고, 학생들은 학생들만의 영역에 만족한다. ‘3127!’이라는 모토 아래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는 지난 해맞이 한마당 역시 학생들만의 축제였을 뿐 교수, 직원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교수와 직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포항공대신문에서 기획한 ‘포스텍 삼각관계’라는 칼럼에서 교수, 학생, 직원 모두에게서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이슈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이다. 지난호 포항공대신문에 게재된 직장발전협의회 정태호 근로자위원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의 행정 업무를 하는데 다른 구성원들의 관심과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관계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신임총장은 이러한 구성원들간의 냉소적인 모습을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으로 신임총장은 우리 대학의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그 비전을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하며 추진할 수 있는 안목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다. 필자가 만난 거의 모든 선배들이 졸업 후에도 모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재학생 또한 학교에 대한 불만은 있을지언정 포항공대생이라는 자부심은 그에 못지 않다. 하지만 현재 우리대학의 대내외적 위기에 대한 불안과 위기의식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더구나 대학의 비전이라는 목표가 없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신임총장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한 대학의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구성원들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분이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신임총장은 젊은 생각을 가진 분이었으면 한다. 학자로서의 명성이나 리더십도 필요하겠지만, 학생의 눈높이에서 학생들과 어울리며, 학생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그런 총장이었으면 좋겠다.

우리대학의 학생들은 하루하루 숙제와 시험에 쫓겨 수동적이고 타성에 젖기 쉽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기 일에만 열중하며 자기 전공지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공돌이’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학생들이 만든, 아무런 특징없는 모습이 현재 우리 대학문화의 현주소이다.

신임총장은 낡은 권위의식 대신, 학생들과 직접 부딪히고 생활하면서 학생들의 ‘젊은 피’를 자극함으로써, 적극적이고 활기찬 대학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젊은’ 총장이기를 바란다.

총장의 ‘존재’ 자체가 절실한 지금, 이러한 기대는 지나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고비에 처한 우리대학의 현실에서, 교과서적인 말일 수 있겠으나 총장은 포항공대를 ‘포항공대’다운 학교로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신임총장이 부임하여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고, 재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