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식비결정은 학생복지의 최우선과제임을 잊지마시길
[독자논단] 식비결정은 학생복지의 최우선과제임을 잊지마시길
  • 백정현 / 신소재 석사과정
  • 승인 200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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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학생식당으로 가는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질 것 같다. 복지회가 학생식당의 식대를 조·중·석식 모두 500원씩 올리는 인상안을 준비중이니 인상은 사실상 시간문제인 것 같다. 식대가 1500원으로 오르고 나서 불과 3년만의 일이다. 1000원이라는 식대가 약 7년 동안 지속되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인상은 예측이 가능했다 하더라도 그 시기가 지나치게 빠른 감이 있다.

여기서 잠시 우리학교 석사과정에 있는 학생의 예를 들어보자. 다른 수입이 없는 경우, 한달수입은 월급인 59만원이 전부. 여기서 220만원정도 되는 다음 학기 등록금을 내기 위해서는 한달에 37만원 정도를 저축해야 한다. 결국 한달 용돈은 22만원인 셈.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학생식당에서 해결할 경우 한 달 동안 식비로 지출되는 돈만 해도 16만 5천원이다. 여기에다가 휴대폰 요금이라도 조금 많이 나온다면 완전히 적자인 셈이다. 영화라도 보고, 시내에서 미팅이라도 한번 하기 위해서는 과외 등의 아르바이트는 필수라는 말이 된다.

2000년 초 식대가 1500원으로 인상될 당시 학생처장은 식대 인상분 전액을 재료비에 투입해서 식질의 기본수준을 교직원식당과 동일하게 하겠다고 한 바 있다. 사실 영양사가 한 명이 더 투입되고, 조리원의 수도 약간이나마 늘고 식판도 교체되면서 전체적인 식질은 어느 정도 향상된 것처럼 보였다. 한동안은 퇴출메뉴를 선정해서 이상야릇한(?) 이름의 메뉴들도 사라지고,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한끼 한끼의 재료비를 공지하기도 해서 식당의 운영도 투명하게 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가끔씩 먹는 교직원식당의 식사가 학생식당의 메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의 사견은 아닌 듯 하다. 더구나 예년과는 달리 작년과 올해는 특식 횟수가 줄어든 것으로 안다. 금년의 경우 스승의 날 동석의 날 행사도 없었다. 이러한 것들도 식대 인상에 따른 식질 향상을 피부로 느끼기 힘들게 하는 요인들이다.

이번 식대인상의 요인으로 복지회에서 제시한 것들은 식질 향상 및 개선, 복지회 전체의 이익감소이다. 개인적으로 복지회 전체 사업은 학생식당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학생식당의 적자는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고, 이 적자를 메울 수 있을 정도로 다른 복지회 사업이 적극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 인상은 단지 학생들로부터 식질에 대한 불평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학생식당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식대를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게 인상의 주된 논리로 파악된다.

복지회 전체에서 학생식당이 차지하는 적자비율이 크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다른 복지회 사업에서 적자요인을 줄이려는 노력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곡회관 1층 카페테리아(아카데미)의 이익이 1억여원 감소한 것이, 그리고 교내 자판기 정도의 이익밖에 올리지 못하고 있는 커피숍의 비효율성이, 학생식당의 적자가 5억원에 이른다는 것에 비해서 결코 작은 문제는 아닐텐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또한 궁금하다.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것은 2000년 식대인상 당시에도 문제되었던 사항 중에 하나가 행정처리의 미숙함이었다. 2월 18일의 이사회에서 4월 3일의 시행까지 걸린 시간은 두 달이 채 안되었다. 중간에 간담회가 있기는 했지만, 이미 모든 사항이 다 결정된 이후의 설명회에 불과했었으며, 시행 이후에도 여기저기서 미숙한 부분이 눈에 띄었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비교적 일찍 그 사실이 알려졌으나, 6월 중순부터 방학이 시작된다는 점을 보면 실제 학생들이 느끼는 여유는 별로 없다. 아직도 각종 시험들이 남아있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설사 간담회를 열고 설문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인상을 강행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할 것이라 본다.

치솟는 물가에 부대사업의 이익 감소, 언제까지고 고정된 식비를 고집하는 학생 여론 등 복지회의 고충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학생 복지의 최우선 관심사인 식비 문제를 대학 일부 보조 등의 정책적 접근과 대안 마련은 하지 않고 학생 주머니만으로 해결하려는 데 못마땅히 여기지 않을 포항공대생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