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자신을 드러내는 당당함이 학교를 바꾼다
[78계단] 자신을 드러내는 당당함이 학교를 바꾼다
  • 문재석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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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학술정보관이 지난 달 25일 정식으로 개관하였다. 이 디지털 라이브러리가 지어지는데 들어간 돈은 약 500억원으로 알려졌다. 평소 재정적인 이유로 학생 복지문제를 외면했던 대학이 이런 큰 돈을 도서관에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부 학생들은 이를 전시행정이라 비난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보면 청암학술정보관은 우리학교 재정이 아니라 포스코의 전액지원으로 지어진 건물로 우리학교에서는 무은재도서관에서 청암학술정보관으로 이전하는 비용정도만 부담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크게 반발한 이유는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부재와 학교 정책에 대한 불만이 맞물리면서 생긴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우리학교의 건학 이념으로 개교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온 포항공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소수정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소수의 엘리트를 키워서 사회의 중심인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이 생각은, 비록 그때에 비하면 학생 수에서나 규모면에서 양적 팽창을 하였지만, 아직까지도 중요한 정신으로 남아있다. 소수정예가 가지는 의미는 한정된 재원을 소수의 사람에게 나누어줌으로 해서 더 높은 효율의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지만 그것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 포항공대의 울타리 내에서 상호간의 대화가 무엇보다도 중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끊기지 않고 들려오는 서로에 대한 불만은 이러한 의사소통이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서로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오해로 인해 불만과 불신이 사람들 사이에 자리잡았다. 그러한 불신이 학생들 사이에서의 불만으로 점차 발전해 오는 과정에 있어서도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조율된 적은 적다.

곧 있을 강의평가를 보자. 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불만을 품고있는 것으로 안다. 교수 고유의 권한인 수업 방식에 관한 것은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학생의 입장에서의 의견은 어떠한 지 피드백은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피드백은 사실 반강제적인 수단을 통해서야 겨우 행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은 그러한 사항들을 현재 구축되어 있는 강의평가 시스템에 평가내용을 충분히 입력시킬 수 없다고 혹은 강의평가를 하여도 그것을 대학측에서 반영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한다. 자신이 정 불만이라고 느끼거나, 말할 의지가 있다면 강의가 끝나고 교수를 찾아가서 수업에 대한 평가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교수의 생각이 바로 바뀌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교수에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했던 Posis의 강의평가 시스템보다는 직접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고 또 잘못 알았을 수도 있는 교수의 생각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학생들이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Posis의 경우나, 도서관 자리 및 도서구입시스템, 그리고 얼마 전 총학의 설문조사를 통해 개선된 커리큘럼 등을 예로 들어보자. 이에 관련된 문제들도 실제 담당부서 직원들은 정확하게 무엇이 어떤 식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인지,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몰라 커뮤니케이션에 목말라 있는 경우가 많다.

일전의 기숙사 도난사건 때 문제의식이 있던 한 학생이 붙인 대자보가 교내 구성원의 의식을 고취하고 결국 도둑을 잡은 것도 이러한 의사표현의 결과였다.

이외에도 학교의 복지정책이나 학생단체사이에서의 의견조율, 축제의 방향 등 서로 불만을 가지면서도 함구하고 있는 부분들은 많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단순한 요구를 하는 행위라기보다는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 이에 대한 상호간의 피드백을 주고받는 행위이다. 학생의 요구를 집적하고 그것을 학교에 전달하는 것은 총학생회의 역할이지만, 아직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또, 개인의 정보 및 이해 부족으로 인한 오해와 불신을 총학이 일일히 나서서 해결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다.

불만만 가득 안은 채 졸업만 하면 된다는 식의 소극적 행동의 결과는 자신을 비롯한 이 모교의 정체 혹은 퇴보일 것이다. 불만이 있다면 이제 직접 대 놓고 이야기를 하자.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데까지 이해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해결하자. 최소한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잘못된 정보와 오해를 불식하고 발전적인 모습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