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삶의 행복에 기여하는 공학 연구
[노벨동산] 삶의 행복에 기여하는 공학 연구
  • 유희천 / 산공 교수
  • 승인 200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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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왜 하는 것일까? 가끔씩 나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다. 연구에 대한 이러한 궁극적 질문을 한편으로 하며, 연구자로서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성찰해 본다. 그 동안 지식을 쌓기 위하여 읽었던 전문 서적, 논문, 그리고 보고서들과 많은 시간, 노력, 그리고 열정을 쏟아 부어 작성하였던 연구보고서와 논문들을 뒤적여 본다. 이러한 수 많은 연구물들은 어떠한 궁극적 가치를 지닌 것 일까 궁금하다.

연구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의 한 가지는 ‘삶의 행복에 기여’일 것이다. 각 종 연구 보고서의 연구 목적 부문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들의 형태로는,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하여,’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위하여,’ ‘기존의 것보다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하여,’ ‘알고 있는 것을 적용하기 위하여’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명목적인 목적의 이면에는 연구비를 지원해 주는 기관에 가치 있는 결과물을 제공하는 것, 아니 더 나아가서는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데 일조하기 위함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다.

삶의 행복에 기여하는 연구자는 행복할 것이다. 지난 15년 동안 한 연구자로서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데 어떠한 기여를 해 왔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 부끄럽다. 내가 지금 당장 내 놓을 수 있는 연구 성과물로는, 나 조차도 잘 참고하지 않는 연구 보고서와 논문들만 있다. 하나 하나의 보고서와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서 들어간 커다란 공에 견주어 현재의 그 가치를 생각하면 허탈한 느낌마저 든다. 부모님, 선생님, 그리고 주변 분들에게 많은 사랑과 도움을 받으며 한 연구자로 성장하였건만, 제대로 그 분들의 은혜에 보답도 못한 채 ‘제 값도 못하는’ 공학도가 되어 버렸나’ 하는 실망감이 든다.

이러한 나의 연구에 대한 허탈감과 실망감은 한편으로 인간이 노력하여 이룰 수 있는 한계를 깨닫게 해 준다. 하지만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직도 연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뿌듯한 경험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정보화 시대는 공학도가 삶의 행복에 기여하는 연구를 하는데 어떠한 도움을 주나? 정보 사회의 도래로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 보다 신속하게 기술이 개발되고 다양하고 많은 연구들이 도처에서 진행되어 가고 있다. Internet을 통하여 우리는 자유자재로 시공간을 넘나 들며 신속하고 용이하게 정보를 수집, 분석 및 종합할 수 있어 기술은 가속적으로 발전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빠른 기술 변화 속에서 사회는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사회적 요구는 오늘의 연구자들에게 다방면의 지식과 아울러 특정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의 겸비라는 과제를 안겨 준다.

즉, 정보화 시대는 공학도에게 기술 개발에 유용한 도구를 제공함과 함께 다량의 정보와 과중한 업무를 주고 있다.

정보 시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삶의 행복에 기여하는 공학도가 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가치관을 올바로 정립하며 연구 내용과 방향이 삶의 행복에 기여하는지 수시로 성찰하자. 신속한 기술 정보 유통은 현 사회를 무한 경쟁으로 몰아가고, ‘보이지 않는 손’은 연구자들을 ‘대박’ 제품 개발의 꿈을 좇게 한다. 몇 달 전 어느 학회의 특별 강연에서 한 연사는 ‘신속한 변화를 하지 않는 기업과 연구자는 정보 사회에서 살아 남지 못한다’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삶의 행복이라는 궁극적 연구 가치에 비추어 볼 때, 그 연사에게 신속한 변화보다는 ‘올바른’ 변화를 더 강조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올바른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성어가 의미하듯이, 각 연구자가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야 하겠다.

우리 포항공대인들은 올바른 가치관을 반석으로 기술 개발을 선도하여 삶의 행복에 기여하는 연구 성과를 창출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