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벨 과학상과 포항공대
[기고] 노벨 과학상과 포항공대
  • 김원기 / 전자 직원(과장)
  • 승인 2002.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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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은 지적 업적에 수여되는 상들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다. 따라서 수상한 개인은 물론 국가도 대단히 명예롭게 생각하고 있다. 얼마전 올해의 각 부문별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특징적인 것은 일본이 물리학상과 화학상, 2개 부문의 상을 수상한 것이다. 화학상은 통산 4번째 수상으로 최근 3년 연속 수상하였고, 물리학상은 통산 4번째 수상이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자신들의 기초과학 수준이 이제 세계 정상급임을 공인받게 됐다고 기뻐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의 이번 수상자들은 매우 흥미있는 이력을 갖고 있다. 우주 중성미자(中性微子)의 존재를 규명하고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한단계 높인 공로로 물리학상을 받은 도쿄대 고시바 마사토시 명예교수(76세)는 학부를 꼴찌로 졸업했다고 한다. 학부 성적이 실험만 ‘우’가 2개일 뿐, ‘양’이 10개 ‘가’가 4개 정도로 바닥권 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를 동경대학 교수로 채용한 것도 대단한 일이며, 학부때 이런 성적의 교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를 하여 노벨상까지 받게 된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또 한 사람은 레이저를 활용하여 단백질 등 생체 고분전자의 질량을 더욱 정확하게 측정하고 입체구조를 해석하는 기법을 개발한 공로로 화학상을 수상한 시마츠제작소 다나카 고이치 연구원(43세)이다. 다나카 수상자는 전기공학 학사 출신이 노벨 화학상을 받아 세상을 놀라게 한 장본인이다. 도호쿠(東北) 대학을 졸업하고 의료정밀기기 제작업체에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승진을 하면 연구를 할 수 없다고 부장 승진시험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입사 4년차인 신참 연구원 시절인 1987년 실험중 우연한 실수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가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연한 실패”가 세계적인 연구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일본은 이번 두 사람의 노벨과학상 수상으로 지금까지 노벨상 과학부문에 9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이 수상하였다.

노벨상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지난해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주어지고 있다. 그가 사망한지 5년째인 1901년 12월에 최초로 수여되기 시작하여 6개 부문에 상을 수여해 오고 있다. 이중 노벨상 과학부문(물리,화학,생리/의학)만 살펴보면 지금까지 27개국 484명이 수상하였다. 국가별로는 미국 210명, 영국 70명, 독일 63명, 프랑스 26명, 스웨덴 16명, 스위스 15명, 네덜란드 13명, 러시아 11명, 일본 9명, 오스트리아 8명, 캐나다 6명, 이탈리아 6명, 벨기에 4명, 호주 4명,아르헨티나 3명, 중국 2명 순으로 수상하였고,파키스탄 1명, 인도 1명이 수상하였다. 동양 최초의 노벨수상자는 1930년 인도의 C.라만이 빛 산란에 대한 연구로 물리학상을 수상하였고, 1949년에는 일본의 유카와 히데키가 중간자의 존재 예견으로 수상한 바 있다. 노벨수상자 중 최연소 수상자는 1915년 물리학상을 받은 브래그(W. L. Bragg)로서 당시 25세였다. 그리고 1957년 물리학상을 받은 중국과학자 리충다오(李政道) 교수가 31세에, 1933년 물리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하이젠베르크는 32세에 수상하였다. ㈜

이제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고 반도체와 같이 세계 1위의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 결집된 힘과 열의로 월드컵 4강 신화도 달성했다. 멀지 않아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연구 결과가 반드시 나오리라 확신한다.

우리대학은 개교시부터 국내 타대학들이 하지못한 차별화된 교육과 연구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교육의 개혁을 선도해 왔고 짧은 기간내 국내 정상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하여 왔다. 그러나 서구의 수백년 역사를 가진 대학과 비교하면 개교한지 겨우 15년 밖에 되지 않는 일천한 역사에 불과하다. 고 김호길 학장님은 한국 최초의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우리대학에서 나와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 도서관 앞 광장에는 오늘도 뉴튼, 아인슈타인 맥스웰, 에디슨의 흉상이 있고, 그 옆에는 비어있는 2개의 좌대가 있다. “한국의 미래과학자”상이 놓일 자리다. 여기 앉을 미래의 한국과학자란 적어도 노벨상 수준의 연구업적을 낸 과학자일 것이다. 노벨상을 받는다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결과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우리대학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도록 교육과 연구여건, 각종 제도의 운영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는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갖게 하고,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을 통해 바탕이 튼튼한 과학기술자를 길러내야 한다. 교수들에게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해야 하고 연구비는 장기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연구에 완전한 실패란 없다. 실패한 만큼 성공한 것이다. 대학에서의 기초연구에 지나친 경제성 논리나 효율성은 배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학문분야와 잠재력이 있는 교수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유치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까지는 국가차원에서 해야할 일도 많지만 대학도 해야할 역할이 크다. 포항공대의 모든 구성원들은 다시 한번 우리의 현재 위치를 되새겨 보면서 미래의 인류와 국가를 이끌어 가는 과학기술계의 주역이 되었으면 한다.

주) 장수영 : 노벨상 679명 이야기
(월간조선 1999.11., 39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