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영어 실력 향상의 열쇠는 의식 변화에 있다
[노벨동산] 영어 실력 향상의 열쇠는 의식 변화에 있다
  • 김병원 / 인문 교수
  • 승인 200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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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15여년을 ‘좁게’ 살던 이곳에서의 영어 교수 생활을 접고, 넓은 ‘한국의 영어 세계’로 나가게 되었다. 대학 졸업생이 사회로 진출하는 순간과 다를 바 없는 벅찬 감격을 요사이 맛보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더 하여 거의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발견하였다.

본시 과학적 연구란, 이미 통속적으로 믿고 있던 사실을 관련 이론과 방법으로 ‘확인’하는 예가 많다. 영어에 대해서도 그런 통속적인 상식이 있다. 즉, “영어도 실제로 사용하면 실력이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실제로 사용한다’는 점에 있다. 영어 교수나 외국인 강사가 영어로 강의하는 것을 듣기만 하면 되는가? 영문을 읽고 되풀이하여 암기하기만 하면 되는가? 그래도 영어가 안되는 예가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지 아니한가? 도대체 왜 그럴까?

무엇이 영어를 잘하고 못하게 하는가? 영어를 잘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런 의문들의 답을 얻기 위하여 필자는 지난 15년간 영어와 한국어 사용(실용논리의 토론과 글쓰기) 관련 이런저런 크고 작은 자료의 채취와 분석 결과를 정리해 연구 발표를 꾸준히 해왔으나, 결정적인 열쇠는 찾지 못하였었다.

그러다가 이제 드디어 그 열쇠를 찾았다. 최근에 철학, 심리학, 언어학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인간의 의식 Consciousness 기능이 바로 그것이다. 6년 이상 영어를 하고도 대부분이 그토록 낮은 수준을 보이는 직접적인 원인은, 영어(글자나 말소리) 자체를 ‘학습’의 대상으로 알고, 단어 중심으로 분석하고 해석(번역)으로 내용을 이해하려는 의식. 주로 독해와 청취 위주일 뿐, 자신의 생각을 영어를 표현하는 의식의 기능 발달은 거의 전무한 것. 이들이 실패의 주원인이었다.

언어학자 UCSB Prof. Wallace Chafe의 ‘언어와 의식론’을 기반으로 하되, 의식 변화에 의한 영어 사고의 생성 지도 방법 도출을 위한 데이터는 20년 전, 미국 유학에서 돌아오면서 가지고 온 <성공적인 자연 영어 학습> 자료를 극히 일부 분석하였다. 그 자료는 필자의 세 아이들(당시 유치원, 1학년, 4학년)이 약 2년 반만에 영어를 자기 또래 미국 어린이들처럼 하게 된 과정을 보여주는 여러 면의 어린이 영어 사용 녹음 자료들이다.

그 Three Korean Kids’ Data 일부의 세부 내용까지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신입생들을 위한 RESCUE 즉, Re-shaping of Consciousness for University English를 구성하여 시간마다 투입하였다. 모든 Sub-program들은 올바른 새 의식의 생성을 위하여, 학생들의 Thinking in English 발달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Sub-programs 구성 과정에는 방문조교수 Joshua Snyder와 Stephen Pavelich의 협조를 얻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한 예를 들어보겠다. 학기초에는 녹음된 인사 대화 중, “Marcella, I’d like you to meet Josie”의 you를 바로 듣고 쓴 예가 겨우 35%. 그 you를 빼고 틀리게 써준 영문을 읽고 you를 써넣어 바르게 고쳐야 하는 읽기 문제에서는 you를 써넣은 예가 겨우 18%에 불과했다. 그러나, RESCUE 프로그램 후, 바로 듣고 쓴 예와 글을 바로 고친 예가 똑같이 71%로 비약을 하였다. 엄청난 변화이다.

논술 쓰기 Argument Writing에서는 더욱 놀라운 현상이 일어났다. 학기초, 짧은 이야기와 논술 안건에 대한 외국인의 주장을 읽고, 자기 주장을 썼는데, 주어진 글에서 여기저기가 그대로를 베껴 쓴 문장들이었고, 글 길이가 겨우 평균 85단어였다. 그러나 RESCUE 이후, 유사한 안건에 대한 논술에서는 각자가 자기 생각을 쓰느라고 애를 썼고, 글자 수가 평균 202단어! 이것은 정말 놀라운 변화였다.

15년 포항공대 생활에서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이 아닌가.
영어는 실제로 사용하면 실력이 는다. 이 통속적 상식을 잘못 적용하는 예들이 주위에 많다. ‘실제 사용’이란 자의적으로 본인이 영어를 표현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런 영어 사용 경험의 축적이 각자의 의식 변화를 일으켜, 올바른 영어 의식 기능이 생성하게 되면, 영어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지난 8월 23일, ‘언어와 의식론’의 국내 소개에 중점을 둔 이 연구의 한국영어학회 발표 반응은, 비록 탐색적인 수준이었는데도, 숙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