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에서] POSTECHIANS, 우리 이랬으면 좋겠다
[노벨동산에서] POSTECHIANS, 우리 이랬으면 좋겠다
  • 이해건 / 철강대학원장, 신소재 교수
  • 승인 2002.05.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ostechians, 봄마다 이른 봄마다 터지도록 넘치게 피는 교정의 붉은 꽃을 보았는가. 한해를 시작하는 우리의 마음이면 좋겠다. 우리 모두 정열의 꽃을 품고 시작하면 좋겠다. 정열 넘치게 살면 좋겠다. 까망머리, 노랑머리, 흰머리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터지는 정열로 살면 좋겠다. 어깨동무하고 정열의 춤을 추면 좋겠다. 학교가 젊어 더욱 격이 맞지 않은가.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우리를 둘러 둘러 흐르고 넘친다면 나이가 대수이겠는가. 저 건너 쇳물 끓는 것이 보인다. 이왕에 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불타는 정열로 하면 좋겠다.

Postechians, 우리가 배를 모두 함께 저었으면 좋겠다. 비록 적을지언정 누구라 우리를 작다고 하는가. 우리가 큰 배를 젓자, 매우 큰 배를. 자네가 앞에서 젓게, 나는 북을 치겠네. 이 배가 참 잘 갔으면 좋겠다. 쏜살같이 갔으면 좋겠다. 물살을 여 남은 개 그리면서 가면 좋겠다. 물살이 참으로 굵고 튼실한 물살이면 좋겠다. 앞에서 젓는 이 앞에서 젓고, 뒤에서 젓는 이 뒤에서 젓고. 우리 서로 마음을 한데 맞추면 좋겠다. 밥 때가 되었는가, 주방의 친구와 함께 웃으면 좋겠다. 역할이 계급이 아니면 좋겠다. 분야가 귀천이 아니면 좋겠다. 우리 하나 하나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이면 좋겠다. 모두 합치면 하나되고, 그 하나가 또한 최선이면 좋겠다.

Postechians, 우리가 함께 초록이면 좋겠다. 봄으로, 여름으로, 그리고 가을까지 초록으로 넘쳐 흐르는 교정을 보라. 우리가 이 속으로 젖으면 좋겠다. 우리가 초록으로 동색이면 좋겠다. 눈 여겨 들여다보면 형형색색의 서로 다른 초록이라야 더욱 좋겠다. 우리가 같고, 우리가 서로 다르고. 우리가 분수에 맞게 같고, 또 분수에 맞게 서로 다르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백이면 백의 색이 되고, 또 백이 모두 동색이 되면 좋겠다. 까망머리, 노랑머리, 흰머리, 우리 모두 초록으로 살면 좋겠다.

Postechians, 우리가 둥근 지구를 보고 살면 좋겠다. 우리의 눈이 높아 지구가 둥글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포항 속에 있는 것이 좋다. 포항이 대한민국 속에 있는 것이 좋다. 대한민국이 아시아 속에 있는 것이 좋다. 아시아가 지구 속에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우리가 세계 속에 있는 것이 좋다. 궤변이라도 좋다. 우리가 둥근 세상을 빙빙 돌릴 수 있으면 좋겠다. 돌리면서 살면 좋겠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한계를 긋지 않으면 좋겠다. 지구 넘어 저쪽이 보이지 않으면 빛을 굽히자. 지구를 돌리자. 손이 닿지 않으면 막대기를 잡자. Postechians, 우리가 포항사람이지 않는가. 우리가 한국사람이지 않는가. 우리가 또한 세계인이지 않는가. 우리에게 그럴 능력이 있지 않은가.

Postechians, 왜 사냐고 누가 물으면 우리가 웃으면 좋겠다. 넓은 초록의 가슴에서 나오는 사랑의 웃음이면 좋겠다. 밤을 도와가며 사는 삶이 웃는 얼굴이면 좋겠다. 우리는 사랑의 물레를 잣고 있지 않은가. 날실이 과학인가, 들실이 공학인가. 물레를 잣자. 포항을 위하여, 대한민국을 위하여, 그리고 세계를 위하여. Postechians, 마징가 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