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총장 선임과 일류 대학
[노벨동산] 총장 선임과 일류 대학
  • 이진옥 / 생명 교수
  • 승인 2002.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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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 선임 제도는 이 시대에 우리가 개선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세계 일류대학으로의 발전은 그 대학을 이끌고 있는 총장의 비전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들이 교수들의 직접선거(예 : 서울대)나 간접선거(예 : 포항공대)에 의하여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직접선거든 간접선거든 교수들의 투표에 의한 선출은 그 폐단이 심각하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교수들간의 학연, 지연, 사적인 관계 등으로 파벌이 형성된다. 서명운동을 하기도 하고 현 총장에 대한 신임을 교수들에게 투표로 물어보기도 한다. 교수들이 총장 선출에 관여하게 되면 선출된 총장의 연임은 거의 불가능하다. 총장이 자주(4년마다) 바뀌게 되면 대학의 장기발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거나, 수립한 계획을 수행할 수 없으며 정책 및 행정의 일관성이 없게 된다. 또한 총장 선거 후 후유증이 따르기도 한다.

이런 선출방법으로는 세계적인 대학으로 이끌어갈 비전과 리더십을 갖춘 총장을 선임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선거로 인하여 연구와 교육의 분위기가 흐려지고 교수들이 소모적인 일에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교수들의 선거에 의한 선출은 총장의 자격, 비전 그리고 리더십을 제대로 심사, 검증하기가 어렵다. 한국대학의 대표격인 서울대를 비롯하여 여러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총장의 문제점들은 우리에게 총장 선출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리더십을 가진 총장들이 그 대학들을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시킬 수 있겠는가?

세계 일류대학들의 발전 역사를 보면 총장 선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Rockefeller 대학과 Caltech(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은 졸업생이거나 교수를 지낸 분으로 노벨상 수상자들이 각각 스무명을 넘고 있다. 이 두 대학의 규모(학생 수 및 교수 수)는 우리대학 보다도 적다. 1901년에 설립되어 역사가 100년이 넘은 Rockefeller 대학은 현재 8대째 총장인데 과거 5명의 총장 중 3명이 노벨상 수상자이며 이들이 Rockefeller 대학을 일류대학으로 발전시키는데 주된 공헌을 하였다. 1891년에 설립된 Caltech을 오늘의 일류대학으로 발전시키는 데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Robert A. Millikan 박사를 총장으로 영입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Caltech의 현 총장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David Baltimore이다. 이들과 같이 학문적 탁월성과 비전과 리더십을 갖춘 총장의 선임은 교수들의 직, 간접 선거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일류대학의 경우 재단이사회가 중심이 되어 총장 선출위원회 (President Search Committee)를 구성하여 총장 선임을 하고 있다. 총장 선출위원회의 구성은 대학마다 약간씩 달리하고 있다. 한 예로 Rockefeller 대학의 지난 총장 선출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7명의 이사와 5명의 정교수로 구성되어 약 1년간의 물색을 거쳐 선임된 것이다. 대학 총장 선출위원회의 임무는 그만큼 막중한 것이다. 대학의 장래가 이들의 역할과 책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선출위원회의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재단 이사회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보아도 위원회의 구성이 타당하고 받아들일만 해야 한다. 총장 선출위원회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비전과 리더십 그리고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가진 인물을 찾아서 영입해야 하는 것이다.

한 국가가 발전하여 선진국 대열에 서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와 추세에 신속히 그리고 적극 대처하여 개선과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나라는 요란하게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지성의 전당이라고 하는 대학에서까지 개선과 개혁을 주저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생각으로는 대학의 발전은 요원하다. 능력과 비전과 리더십을 가진 총장 영입이 세계적 일류대학으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